전운 감도는 '호랑의 대권투쟁'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5시 20분
`밀레니엄 첫 대권을 잡아라.'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제1당을 위해 여야가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의 동물세계에는 대권 투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발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맹수들이 암컷을 독차지하기 위한 왕위쟁탈전을 벌이기 위해 탐색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
가장 빨리 대권투쟁 조짐이 보이는 곳은 암수 각 6마리가 있는 호랑이 사파리.
이미 이곳에선 대권 전초전이 벌어져 사육사들을 긴장시켰다.
작년봄 잠시 대권을 잡았다가 곧 호걸(90년생)에게 쫓겨나 야인 생활을 하고 있는 호구(91년생)가 최근 암컷을 차지하기위한 기습 쿠데타를 감행했으나 호걸의 날카로운 이빨공격을 받고 목덜미와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급히 출동한 사육사들이 아니었으면 목숨을 잃을뻔한 치명상이었다.
담당 수의사는 2개월의 입원치료라는 진단을 내렸고, 현재 호구는 맹수우리안 특별시설인 입원실에서 하루 2차례 주사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담당 사육사 이용필씨는 "맹수들은 한번 싸움에서 치명상@르 입으면 심리적 부담감이 커서 최소한 6개월 이내엔 도전을 꺼린다"며 호구가 대권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불시의 기습을 당한 호걸을 이후 다른 수컷들의 주변 접근을 극도로 꺼리는등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
올해 대권경쟁 후보에 올랐던 호랑이 수컷은 5마리. 그러나 호구가 참패를 당한 이후 91년생 호돌이가 도전을 포기했고, 90년생 관악은 최종 결승을 치른 후보가 지쳐있을 때를 기다리는듯 하지만 사파리 24년 역사상 이같은 `호시탐탐' 수법이 성공한 예가 없어 역시 탈락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대권을 쥐고 있는 호걸과 98년까지 수차례 왕위에 올랐던 91년생 호식 등 2강으로 압축된 상태. 이들은 하루 두서너 차례씩 마주치며 가벼운 탐색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결전의 날이 다가옴을 의식한듯 평소보다 20∼30% 늘어난 하루 10㎏의 고기를 먹어치우는등 체력 비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호걸은 납렵한 몸에 두뇌회전이 빨라 기회포착에 능하고 호식은 체격이 우람한 항우장사형이어서 접근전에 강해 승부는 예측불허다.
사파리 사육사들은 "맹수의 세계엔 타협과 무승부는 없으며 6마리의 암컷을 차지하기위한 대권경쟁은 반드시 치뤄야 한다"며 "패배한 놈은 치명상을 입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때문에 사육사들은 결전의 그날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