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오천항 '키조개잔치' 열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4시 25분
충남 보령시 오천항은 인근 대천항의 명성에 가려있지만 전국 최대의 키조개 산지로 미식가들 사이엔 익히 알려진 먹거리 명소다.
한낮의 오천항은 따스한 봄볕만큼이나 한가롭다. 넓은 주차장을 겸하고 있는 부둣가엔 5∼6척의 어선이 쉬고 있을뿐 갈매기마저 울음소리를 낮춘 조용한 항구다.
항구 오른편 야산을 둘러싸고 있는 고풍스런 오천성이 없었더라면 심심하기 그지없는 풍광이다.
그러나 오후 4~5시쯤이면 포구엔 활기가 넘친다. 새벽 일찍 조업에 나섰던 30여척의 키조개 채취선들이 몰려들어 시커먼 키조개를 쏟아 붓는다.
아낙네들도 기다렸다는듯 몰려나와 키조개를 까기 시작한다. `눈'(조개관자)과 `꼭지' `날강지'만을 고르고 주홍빛 내장은 걸러내는 손놀림이 날렵하다.
갓 잡아온 키조개를 날 것으로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녹는 살맛이 일품이다. 특히 패주(貝主)라 불리는 키조개의 조개관자(貫子)는 고급 안주로 통한다.
선착장에는 키조개 직판장과 횟집이 많다. 직판장에서는 키조개를 마리당 1000∼2000원선에 구입할 수 있으며 횟집에서는 즉석회와 두루치기, 로스구이 등의 요리를 내놓는다.
키조개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정혈작용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 조리에 좋으며, 특히 간과 정력 증강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에 혹사당한 간장을 보하는데 최고여서 안주로 하거나 술국으로 키조개 국물을 마시면 좋다.
키조개는 양식이 안되는 100%자연산이며 근해 바다 수심 30여m 이상의 청정 해역의 깊은 바닷속 모래에 박혀있는 것을 잠수부를 동원해 채취해야 한다.
오천항 키조개 잠수기조합장측은 "예전에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최근들어 국내 수요가 늘어 20∼30%의 물량을 국내 시장에서 소비한다"고 말했다.
오천항 일대의 키조개 연간생산량은 매출액으로 따져 약 80억원대에 달해 `오천항에서 돈자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민 소득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순근 기자 skkim＠]
▲오천항은 의외로 문화유적지가 많은 곳이어서 맛기행을 겸한 답사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오천항 오른편 야산에 있는 오천성은 조선 중종 5년에 서해안 방어 기지의 하나로 쌓은 성으로 성밖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좋은 곳이다.
지금은 장교청 등 두 채와, 서문이었던 망화문터의 석문 홍예만 남아 있고 성축이 남은 길이는 모두 1㎞ 남짓하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9호이다.
또 포구 왼쪽으로 1㎞정도 가면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때 500여명의 신도가 순교한 갈매못성지와 기념 성당이 있다.
삼국시대 도미 부인의 절개를 기리기위해 영정을 봉안해 놓은 도미부인 사당 정절사에 들러보면 좋다.
▲경부고속도로 평택IC∼21번 아산∼예산∼홍성∼광천∼오천항 방면 612번 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