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 8인8색 열전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5시 04분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단의 지원이 미흡하거나 혹은 선수들의 기량이 처지더라도 감독 하기나름에 따라 얼마든지 우승컵을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올시즌에는 삼성, LG가 새 천년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나란히 사령탑을 바꿨다. 또 창단원년 돌풍을 선언한 신생팀 SK는 명장 강병철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 그 어느해 보다도 벤치싸움이 뜨거울 전망이다.
▲40대와 50대의 기싸움
국내프로야구 사령탑은 40대(3명)와 50대(5명)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삼성 김용희 감독(45), LG 이광은 감독(45), 현대 김재박 감독(46)이 40대이고 한화 이희수 감독(52), 롯데 김명성 감독(54), 두산 김인식 감독(53), 해태 김응용 감독(59), SK 강병철 감독(54)이 50대.
40대 감독들이 갖는 장점이 패기와 넘치는 의욕이라면, 50대 감독들의 장점은 아무래도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다. 두 세대간의 싸움에서 어느쪽이 우승컵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새천년 지도자 세대교체의 속도와 폭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 현대 김재박 감독은 지난 97년 창단 2년만에 우승을 일궈낸 40대 기수론의 선봉격으로 올시즌에도 주목받고 있다.
▲덕장, 지장, 용장의 대결
국내프로야구 감독들은 타고난 성품과 지도 스타일에 따라 크게 덕장과 지장, 용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산 김인식 감독과 롯데 김명성 감독, SK 강병철 감독이 대표적인 덕장형. 인화를 중시하는 김인식 감독과 SK 강병철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때문에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두산 박명환 같은 선수는 김인식 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 롯데 김명성 감독도 장외에서 찻잔을 앞에두고 `다도(茶道)'를 강조하는 선비형 지도자. 경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선수들을 다독거려가며 레이스를 이끌어 간다.
이에 비해 김재박 감독과 김용희 감독, 이희수 감독은 지장형. 두뇌회전이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난 김재박 감독은 선수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을 지도자가 돼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작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 이희수 감독이 지난해 단기전의 명승부사로 명성을 날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원동력도 꾀가 많은 두뇌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태 김응용 감독과 LG 이광은 감독은 때로는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치는 용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과학야구파와 감각야구파
삼성 김용희 감독은 선수를 기용할 때 기록을 중시하는 과학야구파의 대표주자. 방망이의 결에 따라 배팅 방법을 달리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할 정도로 야구이론에 충실하다. 롯데 김명성 감독도 책을 끼고다니는 학구파. 해태 김응용 감독도 이들과 색깔은 약간 다르지만 모든 것을 철저히 계산해 결정한다.
이에 비해 두산 김인식 감독과 현대 김재박 감독 등은 데이타 보다는 감각을 중요시하는 스타일. 강병철 감독도 순간순간 감각적인 재치가 번뜩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