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르포] 신종 매춘 등장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4시 14분
과연 줄었나?
경찰은 최근 전국의 윤락녀가 16.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올 1월 중순부터 50일간 청소년 매매춘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효과였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윤락은 결코 줄지 않았다는데 동의한다. 더욱이 경찰의 윤락가 단속이 강화됨으로써 매춘은 감시망을 피해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진 수법으로 횡행하고 있다. 출장매춘, 원조교제, 사이버윤락 등 이른바 `주소지 불명'의 매춘이 그것이다.
청소년 매매춘의 경우 지난달 31일엔 마침내 `신상공개법' 1차시안이 발표됐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 지경까지 왔는가. 여전히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윤락가 밖 각종 매춘의 현장을 추적하고 그 심각성을 고발한다.
■신종매춘의 현장
`매춘 기회는 사방에 널려있다.'
취재팀은 제보에 따라 서울 강남역 이면도로 주차차량에 꽃혀 있는 스티커를 대량 입수했다.
이른바 출장안마 홍보 스티커. 명함 크기의 이 스티커에는 반라의 여성 사진과 함께 어디든지 달려가 안마를 한다고 써 있었다. 사무실, 여관, 심지어 자택까지.
그러나 요즘 `알만한 남자'들은 이를 모두 부쩍 늘어난 신종매춘의 한종류로 단정했다.
실제 확인을 해 보기로 했다. 10개의 스티커에 나와있는 핸드폰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안마 비용은 7만원, 서울 강남일대에 있으면 30분 안에 간다는 게 대부분의 첫 대답. 2차(성관계)가 가능하냐고 묻자 "그건 아가씨와 직접 상의 하라"고 했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올수 있냐는 등의 말을 이어가며 관심을 표시하자 "2차비용은 8만원"이라고 친절하게 일러 주었다. 가격의 차이는 있을 망정 10곳중 어느 한곳도 2차가 없다는 말을 한 곳은 없었다. 심지어 여기자의 문의에 답한 한 업소에선 "남자 마사지사는 섭외비가 별도로 30만원이며, 2차도 물론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응답이 나왔다.
밤 10시30분. 취재팀은 서울 신사동의 한 모텔에 방을 잡고 명함중 한곳에 전화를 했다. 모텔위치와 방번호,전화번호를 물은 뒤 "30분 이내에 도착할 것"이라는 남성의 말이 전화기를 타고 흘러 나왔다. 20여분이 지나 업소측에서 객실로 확인전화가 온 뒤 여성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20여분 뒤.
두차례 노크와 함께 "배달왔습니다"란 말이 들렸다. 방으로 들어온 여성은 20대 중반. 키 1m63 정도에 검정색 바지정장. 글래머 스타일에 미인형의 얼굴. 검정색 손가방을 들고 있었다. 들어서자 마자 선채로 `마사지의 내용과 비용'에 대해 마치 외우듯 얘기했다. "마사지 30분에 7만원, 애프터는 30분에 8만원 추가, 모두 15만원이에요. 후회없이 해드립니다."
■확산일로의 매춘
취재기자는 "서비스는 필요없고 얘기나 좀 하자"며 운을 뗐다. 이어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거부하던 K양은 시간이 든만큼 비용은 지불하겠다는 말을 들은 뒤에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K양의 얘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출장마사지사들은 고객이 문을 열어주면 `마사지의 내용'을 간단히 얘기한 뒤 `애프터'(2차) 여부를 묻는다.
흉내까지 내며 말한 K양에 의하면 마사지의 첫 30분 동안은 일반적인 안마. 만약 손님이 마사지만을 원하면 옷을 입은 채, 애프터까지 합의됐을 경우는 옷을 몽땅 벗고 마사지를 한다. 그러나 K양의 경우 순수한 마사지만을 원하는 손님은 그동안 한 명도 없다고 딱 잘라 얘기했다. 결국 마사지는 성적쾌락을 위한 `전희'에 불과하고, `출장안마＝신종매춘'이란 소문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K양은 차마 활자로 밝힐 수 없는 마사지 과정까지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심지어 취재기자를 만나기 바로전엔 남성 두명과 2:1로 `관계'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하루에 상대하는 남성은 5명 안팎. 서울 사창가에 있다 매매춘단속이니 어쩌니 해서 한달전 업종(?)을 바꿨다는 K양은 "사창가에서는 하루에 30명 이상의 남성을 상대하는 심한 경우도 있지만 여기선 5~6명이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은 훨씬 덜하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일대에서 모은 `출장안마' 명함의 종류만 30여종. 신도시 주변에서는 더욱 급속한 확산추세에 있다는 게 경찰의 추측이고 보면 전국적인 `출장 매춘여성'은 엄청나다고 볼수 있다.
■귀가하지 않은 10대들의 매춘@원조교제
경찰단속으로 사창가를 떠난 미성년 매춘녀들도 `숨은 윤락'을 하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원조교제와 관련된 경찰단속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가 발표한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방법' 1차시안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신상공개방법 1차시안이 발표되기 이틀전인 지난달 29~30일에만 서울, 광주, 과천 등 세곳에서 원조교제가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취재팀은 그중 한곳인 과천경찰서를 찾았다. 과천경찰서의 형사2반은 막 영장청구 절차를 마무리지은 상태.
경찰에 적발된 원조교제여성은 6명. 고객인 남자들은 12명이었다. 여성 6명중 5명(2명은 고교생)이 미성년자.
취재팀은 그중 세명의 아이들과 만날수 있었다. 83∼84년생. 16∼17세로 한눈에도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모습. 옷차림도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했다. 그중 한명은 "호기심 때문이었어요"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수사를 직접 담당한 박민호반장이 때론 어이없어하며 때론 분노에 가득찬 말투로 들려준 사실은 경악에 가까웠다.
여자아이들은 월세방과 고시원에서 함께 생활하며 작년부터 매춘을 해왔다. 이들중 리더격인 A양은 `전화방에서의 남성 상대 지침서'까지 만들어 놓고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경찰은 이들이 다방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왔다가 "한달에 100만원 정도 번다"는 말에 피식 웃었다는 다방주인의 말을 토대로 핸드폰 전화번호를 입수, `손님'으로 가장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경찰에게 `금정전철역 공중전화박스로 오라' `무슨 옷을 입고 있냐' `여관 방을 잡고 다시 전화'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하다 덜미가 잡혔다.
박반장은 이들중 한명은 작년부터 1년여 동안 무려 100여차례 성관계를 맺었고, 나중에는 사창가의 윤락녀들처럼 젤 등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1회당 화대는 10만원. 그러나 어떤때는 3만~5만원도 있었고, 또 어떤때는 놀이공원표 두장을 받기도 했다.
경찰들은 원조교제의 해당남성은 반드시 검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록 피해자가 없는 범죄이긴하지만 여자 아이들의 행태나 전화통화내역 등을 체크하면 100% 잡을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원조교제를 한 혐의가 있는 남자들은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대경실색했다고 한다. 그릇된 욕망분출이 모든 사회적 명예를 잃을수도 있는 `인면수심'의 `부끄러운 짓'이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추악한 남성들
윤락가 밖에서 매춘 여성을 찾는 남성들은 다양하다. 윤락가의 남자손님이 주로 취객들이라면 이들은 그야말로 `멀쩡한 사람'들이다.
원조교제를 하다 과천경찰서에 적발된 남성중엔 5급공무원이 끼어있었고 4년제 S대 대학생도 있었다. 또 35세의 보일러공은 이들과 9차례나 단골로 성관계를 가졌다. 마사지사 K양이 밝힌 `출장매춘'의 고객엔 군인 장교에 연예인까지 있었다.
원조교제나 출장안마만 매춘으로 이어지는게 아니다. 최근에는 골프패키지에도 윤락이 포함돼 있다. 40대 후반의 T씨. 그는 얼마전 자신이 직접 들은 친구의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전해주었다. A씨는 여행사를 통해 친구 한명과 함께 얼마전 지방모처로 골프투어를 다녀왔다. 통상 4명이 한조를 이루는 만큼 나머지 두명은 현지에서 합류한 여성. 두 여성은 골프를 함께 친 뒤 잠자리까지 동행했다. 그 여성들은 이른바 고급 매춘부였던 것이다.
얼마전엔 항공사직원이 탑승자의 명단과 투숙호텔을 윤락업자에게 건네줘 경찰에 적발됐다. 여행업계 한관계자는 "요즘엔 낮비행기로 왔다 반나절 섹스관광만 하고 그날 비행기로 돌아가는 외국인도 있다"고 말한다. 월세방을 얻어놓고 다단계안내를 통하는 속칭 `타임방 매춘'도 아직까지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 중의 하나.
최근엔 PC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첨단 매춘이 늘고 있다. 하이텔 천리안 등 전통있는 PC통신들은 소위 야설방(야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에서 벌어지는 대화가 문제가 되자 규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방안에서 남녀 두사람이 벌이는 비밀대화에 이은 매춘을 규제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신과 전문의 김진씨는 "매춘을 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일반화 시킬수는 없다. 하지만 여성과 잠자리를 한 얘기를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주는 남성문화와 이를 허용하는 사회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한다.
■윤락녀 K양의 인생
윤락과 매춘은 수요자들 때문에 벌어지지만 윤락녀 자신과 사회의 책임도 크다.
취재팀이 만난 K양. 그녀는 미성년자가 어떻게 매춘에 빠지게 되고 윤락의 길을 걷게 되는지를 대변하는 듯 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녀가 처음 취직한 곳은 한 카페. 미성년자인 만 17세때였다. 그러나 한 시간에 2000원도 되지 않고 육체적 피로가 극심한데다 월급마저 체불되자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래서 `아는 언니'의 소개로 찾아간 곳이 룸살롱.
경험삼아 나갔던 첫 날 손님으로부터 10만원짜리 `수표2장'의 팁을 받은 것이 `마약같은 윤락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룸살롱에서 남자를 만나 잠시 결혼생활도 해봤지만, 박봉인 남편의 월급에 만족할 수 없었고 믿었던 남편도 술만 취하면 폭력을 일삼았다.
가출해 찾아간 곳이 부산의 한 `쉼터'. 한달여간 쉼터에서 생활했던 K양은 그곳에서 만난 한 `언니'와 결의하고 일식집을 찾아가 일한다. 그러나 목돈마련의 유혹을 끊지 못해 또 `아는 언니'의 소개로 하게 된 것이 울산에서의 `전화발이'. 여관에 투숙한 손님을 상대하는 일종의 매춘이었다.
포주가 단속되자 결국 울산을 떠나 서울로 왔다. 그녀는 서울에서 역시 사창가, 증기탕 등등을 전전하다 마사지사까지 흘러오게 됐다. `출장매춘' 한달만에 번 돈은 1000만원. `자존심도 남아있지 않은 폐인같은 생활'이지만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윤락업소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고, 윤락생활을 하며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숱한 `아는 언니'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주위에 맴돌았다.
■윤락고리 반드시 끊어야 한다
서울 경찰청은 올해들어서만 157건의 단속실적을 기록했다. 윤락, 풍속 등을 주로 단속하는 `테제베' `허리케인' 등 특별기동반이 구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속을 강화한 이후에도 매춘행위를 하는 퇴폐이발소, 증기탕 등은 여전히 늘어났다고 경찰은 추측한다.
경찰 한 관계자도 "매춘을 줄이기보다는 확산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경찰들은 대부분 매춘은 수요자에게나 공급자에게나 수지가 맞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또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다양하고도 은밀한 매춘이 조직폭력과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조폭의 운영자금이 투입돼 조직적, 대규모화 되면 엄청난 사회문제가 되기 때문.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윤락가를 벗어난 매춘이 조직폭력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수사관계자들은 관련 단속법규부터 시급히 마련되어야 요구한다. 단속을 해 놓고도 실질적인 매춘 알선자인 업소들을 처벌할수 있는 근거가 없는게 현실이다.
경우엔 따라선 함정수사도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형사정책 연구원의 조병인실장은 신종매춘을 단속하기 위해 "함정수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락행위방지법 25∼26조, 풍속법 3조 1호 등에 의해 윤락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윤락 관계자인 남성과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성년자를 고용, 폭행했을때는 처벌은 더 무겁다. 업주는 구속이 원칙이고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 신상공개법'은 성범죄자의 이름, 나이, 직업과 범죄사실이 포함되고 구체적인 직장명도 공개될 예정이다. 신상공개 장소는 관보,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홈페이지, 도,시,군,경찰서의 관공서 게시판 등. 신상공개법안 1차 시안을 마련한 변웅재변호사는 "신상공개는 당사자의 공개망신이 아니라 일반범죄 예방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매춘 근절을 위해 13개 민간단체가 모여 만든 한소리회의 김경희간사는 "선도보호 시설의 교육기간이 짧아 참다운 재활교육이 어렵고 매춘여성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불신, 인생에 대한 절망 등을 어떻게 회복시켜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취재후기
일부에선 사생활과 인권침해를 우려, 미성년자와의 윤락행위 적발자 명단공개에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의 성을 산 그들은 이미 양심을 포기한 성인들이 아닐까. 매춘에 발을 담근 미성년자들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윤락가 단속도 중요하지만 경찰은 형태와 증가추세조차 파악되지 않는 대담한 `윤락가 밖 매매춘' 수사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모순된 윤락정책부터 재정립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윤락행위를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윤락행위의 상대자도 처벌하는 `금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춘여성을 관리하는 규제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법으로는 `하지말라'고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묵인'하는 무원칙한 법집행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부는 `급한대로 미성년자부터 보호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은 실정법상 불법인 윤락가 업주들과 머리를 맞댄다. 윤락가의 성인 매춘부들은 묵인하면서 `출장매춘' `룸살롱 매춘' 등을 단속할 근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체계적인 조기 성교육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미성년 원조교제는 성에 대한 그릇된 호기심과 가벼운 성의식, 돈의 유혹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미성년자와 관계한 남성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수요라인이 차단된다.
성인매춘도 사회의 건강을 좀먹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의 우리현실은 매춘을 인류역사의 필요악으로 인정하며 방치하기엔 너무나 곳곳에 널려있고, 퇴폐적이며 심각하다는 느낌이 취재내내 떠나지 않았다.
[SC 현장 르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