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확 달라진 아마야구 풍속도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4시 07분
`힘의 시대는 가고, 기술의 시대가 오는가?'
반세기만에 등장한 나무방망이가 아마야구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동대문구장과 청주구장에서 개막된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 경기를 치른 감독들은 하나같이 "5점 정도만 먼저 뽑으면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알미늄 배트가 사용된 지난해 대회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
99대학 춘계리그 예선 55경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경기에서 한팀이 10점 이상을 득점하는 `핸드볼 스코어'가 나왔다. 7∼8점 정도의 점수차는 대포 몇방으로 간단히 뒤집을 수 있어 힘을 앞세운 야구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대회는 전혀 다른 양상. 3일까지 벌어진 예선 22경기서 두자리수 득점을 한 팀은 제주관광대를 12대4로 꺾은 탐라대가 유일하다.
타자들이 나무배트에 적응하지 못해 홈런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 자연히 벤치에선 점수를 `짜내기' 위해 작전 사인을 바쁘게 낼 수 밖에 없다.
인하대 주성노 감독은 "지난해 까지만해도 작전이 필요없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나무방망이가 등장하면서 벤치의 머리싸움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파워를 앞세운 타자보다 잔기술을 가진 타자들이 빛을 보는 것도 크게 달라진 점.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적당히 공을 맞춘다고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손목을 이용한 배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무배트의 등장이 아마야구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가져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준규 기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