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의야구읽기] 폭탄주로 화푸는 감독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4시 07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폭탄주를 좋아한다. 지난달 30일 프로야구 감독자 회의에서도 양주(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분위기는 경기에 대한 부담이 없어 화기애애했다고.
감독중 맏형격인 해태의 김응룡 감독은 게임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면 샤워도 하지 않고 소주 2∼3병을 마셔 끓는 속을 푸는 스타일이다. 8개 구단 감독자 회의에서도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 후배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97년 5월5일 어린이날. 두산은 잠실 LG전에서 이경필의 호투로 3－0 완봉승을 눈앞에 뒀으나 7회에 조인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으며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치통에 시달리던 두산 김인식 감독은 결국 가슴을 치며 새벽 4시까지 폭탄주를 마셨다.
지난시즌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전에서 4연패를 당했을땐 며칠동안 폭탄주에 빠진 일도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의 사령탑을 인수인계한 서정환과 친구인 김용희는 폭탄주 30잔을 들이켰다. 쌍방울의 전 김성근 감독도 몸이 불편함에도 술을 자주했다. 김명성, 이희수, 김재박, 이광은 감독도 말술이다. 왜? 비정한 승부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필자도 감독시절 폭탄주를 즐겨 마셨고 혼자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나 SK의 신임 강병철 감독은 해병대 선수 시절 `소맥(소주와 맥주)'에 속을 다쳐 지금은 바둑으로 속을 푼다. 그래서 게임에 지고도 여유가 있어 보여 주위로부터 `만만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팬 여러분! 누가 남자의 직업중 프로야구 감독이 인기 1∼3위를 다툰다고 했습니까? 시범경기중에 본 감독들의 얼굴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승리하지 못하면 책임만이 따르는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의 답은 쉽지않고 이기기 위해 땀과 노력으로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감독들.
또 가정은 어떤가? 사돈의 팔촌까지 승리의 기도를 보내지 않는가?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미국의 프로야구 감독들은 골프, 승마, 바다 낚시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는 비슷하다. 24시간 야구, 야구만 생각해야 한다.
60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는 감독들의 수명이 짧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선배 감독 출신들 중에도 지금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적잖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고 했다.
새 천년에는 홧술보다 기분좋은 승리와 함께 절주를 하길 8개구단 감독들에게 기대해 본다. 감독님들 파이팅!
[본지객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