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천적은 없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2시 14분
`천적은 없다.'
삼성 이승엽(24)이 올시즌 `무천적 원년시대'를 선언했다.
강타자도 약점은 있는 법. 이승엽도 예외는 아니어서 만나면 껄끄러운 투수가 있다. 홈런왕 2연패에 도전하는 입장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대상이다.
이승엽이 스스로 `천적'이라고 일컫는 주전급 투수는 5명. 한화 구대성 이상목, 두산 이혜천, LG 최창호, SK 김정수 등으로 이상목을 제외하곤 모두 왼손잡이다.
특히 구대성 이상목 이혜천 등은 `마크맨'으로 불릴 만큼 이승엽에게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구대성에게 15타수 무안타 4구 1개로 철저히 당했고, 이상목에게도 10타수 무안타로 짓눌렸다. 이혜천을 상대로 18타수 6안타(홈런 1개) 6타점을 뽑아냈지만 안타 대부분이 시즌 막판에 집중됐을 뿐 중반까진 헛스윙으로 일관했다.
이승엽이 올시즌 홈런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천적해법'을 꼽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와 똑같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경우 타격감각마저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의 뛰어난 분석력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껄끄럽게 여기던 이혜천을 막판에 두들길 수 있었던 것도 부단한 연구의 결과였다.
이승엽의 `천적해법'은 두가지.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이 하나고, 지난해 데이터 분석이 또 하나다. 마인드컨트롤은 겨울훈련 내내 이뤄지고 있어 지금은 자신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
데이터 분석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자료를 구단에 요청해놓았다. 아쉬운대로 자신의 수첩에 적혀있는 타격일지를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천적투수'. 올시즌 이승엽이 극복해야 될 최대 숙제임에 틀림없다.
[권정식 기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