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테스트는 없고 실전만 있었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00시 52분
두산 김인식 감독은 예의 무덤덤한 말투로 "남들보다 시범경기 한번 더 하는거지, 뭐"라고 했다. "(류)택현이를 선발로 쓸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날"이라는 LG 이광은 감독도 유독 `테스트'란 말에 힘을 줬다.
그런데 상대가 언제 만나도 정신이 번쩍 드는 라이벌인데다 내야석을 가득 메우고 막대풍선을 두드려대는 7천여명의 관중들이 등을 떠밀었을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친선경기'는 `한국시리즈'로 둔갑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부터 철저한 `실제상황'. 7회초 2사 3루에서 LG 왼손 이종열이 나오자 두산은 왼손 차명주를 올려 불을 끈 뒤 8회초 왼손 이병규까지 상대하고 김상호 타순때 오른손 김유봉으로 바꿨다. 8회말 1사 3루에서 두산은 전형도를 대타로 냈다가 LG가 왼손 이승호 대신 차명석으로 응수하자 공 한번 안 쳐보고 다시 왼손대타 최훈재로 교체. 4－3으로 앞선 9회 1사후에는 특급마무리 진필중까지 등판했다. 타자일순하며 처절하게 얻어터져도 이닝중에는 좀처럼 투수를 안 바꾸던 시범경기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LG도 진지하긴 마찬가지. 4회말 무사 1,2루에서 두산 6번 강 혁이 보내기번트에 실패하자 LG 포수 조인성은 잽싸게 2루에 견제구를 던져 김동주를 낚아올렸다.
9회초 2사 1,2루에서 테이텀 대신 안재만을 대주자로 낸 것도 피말리는 승부수.
마지막 한타자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 최초의 서울라이벌전. 두산과 LG는 다른 팀보다 3일 앞서 `개막전'을 치렀다.
[잠실＝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