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철씨 `한 님펫트의 납빛 겨드랑이' 출간
기사입력 2000년 04월 02일 15시 54분
성 개방의 시대. 그러나 성이 무엇인 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자 누구일까.
소설가 겸 화가 조희철(46)의 신간 `한 님펫트의 납빛 겨드랑이'(창조문화)는 성이라는 꽃에 이름을 붙여준 책. 인간을 호모 썩킨스(Homo Sexiens．성예적 인간)로 분류하고 성을 쾌락이나 종족 보존의 도구가 아닌 예술의 차원에서 바라봤다.
`아트 & 레제드라마 북'이라는 부제답게 저자는 그림과 희곡의 두가지 형식을 빌어 성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희곡의 등장인물은 소밀(호모 썩킨스를 주창하는 유미주의자)과 오비지(예술학교 여학생). 밀이 자신의 전시장을 찾아온 비지를 각 전시실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성예주의'(性藝主義)를 이해시키는 줄거리다.
제1전시실에서는 동성애 그림과 함께 `바틈'(bottom) `톱'(top) 등의 용어를 소개하고 제2전시실에서는 키스 그림에 곁들여 `바이팅 키스'(biting kiss) `일렉트로닉 키스'(electronic kiss) 등을 설명한다. 제3전시실에서는 근친상간(incest), 수간(zoophilia), 시간(necrophia)과 같은 일탈적인 성행위를 소개하는 식. 스푼(spoon), 스위밍(swimming) 등 성 체위에 대한 대화는 제4전시실에서 주고 받는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난해한 체위를 선택한다는 게 밀의 주장이다.
님펫트는 14세 이하의 관능적인 소녀를 지칭하는 말. 화가인 조씨는 지난해 개인전 때 만난 한 소녀에게서 영감을 얻어 이 레제 드라마를 쓰게 됐단다.
아는 게 힘. 성을 모르고 성생활을 해 온 독자가 있다면 섹슈얼리티 용어들을 나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성예의 세계로 인도하는 조씨의 갤러리에 한번 들러보자.
[정경희 기자 gumn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