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100배 즐기기
기사입력 2000년 04월 02일 15시 44분
`어떻게 봐야 할까.'
1일 시작된 KBS 1TV 대하드라마 `태조왕건'(극본 이환경, 연출 김종선)은 드라마론 처음으로 고려시대를 다룬다.
향후 10년여간 이어질 `고려 시리즈'의 첫편인 `태조왕건'. 그 시청포인트를 찾아봤다.
▲3인의 연기자
주인공인 왕건역인 최수종, 궁예역인 김영철, 견훤역인 서인석의 개성연기를 눈여겨 볼만하다. 신라말 각각 솥발처럼 일어선 이들은 뚜렷한 통치철학을 바탕으로 세를 규합해 간다.
최수종이 포용력 있는 왕건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드라마의 키 포인트. 그는 `왕건'을 위해 모든 프로를 정리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애꾸눈에 장삼자락을 휘날리는 김영철의 카리스마넘치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궁예가 드라마 중후반 이후 광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3인의 정치철학. 1000여년전 `왕건'의 덕치주의 속에서 선거철인 현재의 정치인들을 비교해 볼 기회다.
▲스토리
`태조왕건'은 드라마 초반 두달간 견훤 궁예 왕건의 어린시절을 다룬다. 초반에만 주요연기자가 60여명 등장하지만 견훤, 궁예를 성장과정부터 밀착조명함으로써 집중력이 있다. 또 전쟁신과 함께 다양한 전술 전략들이 등장하고 개성있는 장수들이 나타나 사실감을 높인다. `태조왕건'을 보다보면 고려사가 자연스럽게 정리될수 있다.
▲왕건과 여인들
왕건의 삼국통일 비결은 정략결혼이었다. 강력한 호족들의 딸과 결혼, 힘을 얻고 정권의 안정까지 도모했다. 그만큼 왕건 주위엔 미색이 뛰어난 여인들이 넘쳤다.
왕건의 첫 여인은 강비역의 김혜리. 어려서부터 왕건과 장래를 약속했지만 결국 궁예와 결혼하게 되는 운명의 여인이다. 사료에는 간단하게 언급돼 있지만 작가가 `픽션의 인물'로 재창조해 냈다. 이 밖에도 오씨, 유씨 등 왕건의 여인들이 속속 등장한다. `태조왕건' 제작진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절요, 제왕운기 등과 학자들의 논문 200여편을 참고하고 있다.
▲웅장한 오픈 세트장
`태조왕건'은 경북 문경새재에 2만평의 오픈세트장을 세웠다. 또 충북 제천의 청풍호반 7000여평에는 고려초 예성강 일대 벽란도 포구가 재현됐다. 문경세트장은 총 30억원, 제천 세트장은 1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드라마속에서 10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스라히 당시의 기분을 느껴볼만하다.
▲옥의 티를 찾아라
`태조왕건'은 장수의 투구 하나까지 고증에 철저를 기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의상과 건물재연 등을 위해 미술비만 11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옥의 티'는 있는 법. 연출진들이 무심코 넘어가는 연기자들의 웃을때 살짝 드러나는 금니, 시계를 찬 엑스트라 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니어처, 컴퓨터 그래픽 등도 유심히 살펴볼만 하다.
[이유현 기자 you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