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칭찬으로 벽 허물었어요'
기사입력 2000년 04월 02일 15시 31분
"맞다！ 바로 저거야！"
98년8월 한미은행에 입사, 홍보실로 발령받은 정재원씨(27)는 TV를 보다 환호성을 질렀다.
TV에서는 개그맨 이경규가 `칭찬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신입사원 정씨는 `고민중'이었다. 입사한 그해 6월29일 한미은행은 IMF 와중에 경기은행을 인수, 덩치를 키웠으나 두 은행 출신의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갈등의 골'이 깊었다.
사보기자였던 정씨는 안타까웠다. 어떻게 해서든 사보라는 매체를 통해 두 집단간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다.
정씨가 TV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칭찬'이었다. 사보를 통해 서로 칭찬해주는 문화를 만들면 두 집단도 서로 마주보고 미소짓지 않을까. 소박한 생각이었다.
정씨는 아이디어를 정리해 김광채 홍보실장에게 제출했다. 김 실장 등 간부들은 만장일치로 정씨의 아이디어를 쌍수 들어 환영했다.
정씨는 얼마간의 준비를 거쳐 사보를 통해 `칭찬 릴레이'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호부터 매달 4명의 직원들이 지면에 올랐다. 물론 직원이 직원을 추천하는 방식.
그동안 손호익(서울 역곡지점) 안용관(인천영업부) 민경숙씨(부산지점) 등이 칭찬을 받았다. 추천받고 칭찬받은 사연도 `민경숙씨는 우
리 야근자들을 승용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느라 미팅 한번 제대로 못했다' `안용관씨는 후배인 내가 잘못처리한 업무를 자신이 뒤집어 쓰고…' 등으로 다양했다.
반응은 폭발적. 얼마 지나지 않아 `칭찬 릴레이'는 사보 최고의 인기코너로 자리잡았다.
두 집단의 갈등이 `칭찬'을 통해 얼마나 해소됐는지 수치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조만간 나올 4월호에는 61~64번째의 직원들이 등장할 예정.
한미은행의 `칭찬 릴레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