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결정전은 '유혈시리즈'
기사입력 2000년 04월 02일 13시 13분
지난 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서 기아 허 재(현 삼보)는 농구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다.
손등뼈가 부서진데다 눈언저리가 찢어진 상태로도 끝까지 불굴의 투혼을 발휘, 적장인 현대 신선우 감독마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해 우승팀은 현대였지만, 플레이오프 MVP는 허 재였다.
이번 99∼2000 챔피언결정전서는 그 어느해보다 다치고 피흘리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부상투혼'으로 칭송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상의 팀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챔프전이라기보다는 난무하는 보복성 파울과 부상으로 `유혈시리즈'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마저 저버린 현대－SK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1일 5차전서 절정에 달했다.
2쿼터 중반 레이업슛을 시도하던 현대 홀은 SK 존스가 후려친 팔에 이마를 맞아 골대밑에 나뒹굴고 말았다.
존스의 블록슛을 가장한 악의적인 파울로 이후 홀과 존스는 난투극 일보직전의 험악한 상황까지 갔다.
존스가 프레그런트 파울을 저지른 것은 2쿼터 초반 맥도웰에 맞아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한 뒤에 나온 것으로 다분히 보복성 반칙.
3쿼터서는 SK 조상현이 골밑에서 현대 맥도웰과 부딪힌 뒤 코피를 흘리며 벤치로 물러났고 4쿼터서도 맥도웰은 드리블하던 SK 황성인의 어깨를 힘껏 내리쳐 파울을 당했다.
앞선 4차전서는 SK 서장훈이 현대 홀에 이미 다친 발목을 재차 밟힌데다 현대 추승균은 SK 하니발에 눈을 찔려 시퍼런 멍이 든 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아무리 이기는 것도 좋지만 이번 챔프전은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
[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