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유발 '티저광고' 대유행
기사입력 2000년 03월 31일 14시 55분
`티저(teaser)광고'가 대유행이다.
최근 서울 시내엔 흰 바탕 검은 글씨의 `선영아 사랑해'란 대자보가 나붙었다. 지하철, 시내버스, 전신주, 가로수, 벽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어, 이게 뭐지?" 하고 놀랐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붙여놨는 지 궁금했다.
실체는 `선영'이란 여성전문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 선영은 자신들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이런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진짜 알리려는 내용을 숨겨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후, 시차를 두고 양파껍질 벗기듯 조금씩 보여주는 광고 기법이다. "쟨 누구야?" "무슨 얘길 하려는 거야?" 같은 반응을 유도, 관심을 끌어모으는 방법이다.
약 올리는 사람, 괴롭히느 사람이란 뜻의 `티저광고'가 일대 붐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휴대폰 등 신세대를 주타깃으로 한 제품 광고에서 주로 사용된다.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신세대의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영아 사랑해'의 경우, 시민들은 처음에 정체를 몰라 혼란스러웠다. 대부분 치기어린 사랑 고백 정도로 여겼다. 4．13총선과 맞물려 해프닝도 일어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선거 홍보물인 줄 알고 조사했을 정도다.
선영 측에선 단순한 인쇄상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기발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티저광고는 신제품에서 주로 사용된다. 알려지지 않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주광고를 하기 전에 앞서서 시행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 전쟁이 시작된다'(유한양행 바퀴벌레 약 `컴배트'), `현금보다 더 편리한 현금?'(씨티은행)처럼, 다소 과장되고 뜬금없는 카피만 불쑥 던져놓는 게 좋은 예다.
신비한 이미지나 알쏭달쏭한 기호를 사용하는 것도 이 기법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무명의 10대 소녀를 등장시켜 신비감을 조성했던 `011 TTL'이 그렇다. TTL광고는 제품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소녀가 어항을 깨거나 호수 속으로 들어가는 독특한 이미지만을 선보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광고업계에선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기호를 응용한 LG텔레콤의 `카이', N자를 아래위로 겹친 상징물을 선보인 나우누리 광고도 성공적인 티저기법 CF로 꼽는다.
이같은 티저기법의 유행에 대해 LG애드 김정우부장은 "N세대를 겨냥한 제품에서 주로 애용하는 방법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면 입소문이 번져 성공하는 예가 많다"면서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앞으로 더욱 자주 눈에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식 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