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인] 고종수-이천수 대표팀 '합방일기'
기사입력 2000년 03월 31일 14시 04분
`튀는 신세대' 고종수(22．수원)와 이천수(19．고려대)의 합방 일기가 재미있다.
지난 27일부터 국가대표팀 숙소인 타워호텔 119호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줄곧 긴장감이 감도는 기싸움을 벌이며 주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천수의 맹랑함을 익히 알고 있던 고종수는 초반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천수가 대표팀에 합류하던 27일, 고종수는 이천수에게 자신의 축구화 끈을 매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평소 후배에게 이런 심부름을 시키지 않던 그였지만 이천수에게는 특별히 군기 확립(?) 차원에서 엄명을 내렸다. 이제까지 단 한번도 남의 축구화 끈을 매준 경험이 없던 이천수는 한편으론 당황스러웠지만 `신고식이려니' 말 없이 고종수의 축구화를 주물렀다.
그러나 이날밤 `지고는 못 사는' 이천수의 반격이 바로 이어졌다.
선후배가 함께 생활하는 숙소에서 밤에 전화가 걸려올 경우 주로 후배가 전화를 받는 게 관례. 쉬고 있는 선배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였다. 그런데 이날 자정쯤 방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는 정작 선배 고종수였다. 전화벨 소리가 한참동안 울렸지만 이천수는 모른척 잠을 청했고 이윽고 단잠에 빠져들던 고종수가 눈을 비비며 수화기를 들어야 했다. 이에 고종수는 "대표팀 생활 3년에 방으로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이없는 표정. 막내시절 같은 방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은 `전적'이 있던 고종수는 꾹 참고 돌아 누어야 했다.
고종수와 이천수의 좌충우돌 동거생활이 연일 에피소드를 뿌리고 있다.
[서태원 기자 w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