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킬리만자로' 박신양 권총자살 오프닝신 눈길
기사입력 2000년 03월 31일 14시 04분
`영화속에서 관객을 가장 긴장시키는 장면은?'
영화에는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때로는 숨소리를 멈추게 만드는 숱한 상황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대는 장면'이다. 주인공이 `죽느냐 사느냐'란 문제와 직면하는 순간이기 때문. 상대에게 총을 겨누는 것보다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는 것은 더 `극한상황'을 의미한다.
5월 13일 개봉예정으로 현재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인 안성기 박신양 주연의 영화 `킬리만자로'(오승욱 감독－우노필름 제작).
`킬리만자로'는 근래 보기 드문 충격적인 오프닝신을 예고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박신양의 권총 자살신이다.
올해 상영된 한국영화중에서도 인상적인 권총신이 몇개 있었다.
`박하사탕'에는 설경구가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는 장면이 있다. 물론 이 장면에서 설경구가 권총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관객이 다 안다. 설경구가 도입부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죽었고, 권총신은 다음의 `죽기 사흘전' 챕터에 나오는 장면이기 때문. 하지만 설경구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권총을 쥐고 있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코미디 영화 `신혼여행'에선 정선경의 권총 자살신이 라스트에 나온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계속 웃던 관객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가기 위해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에서 숨소리를 죽였다.
외국영화에도 `디어 헌터'의 유명한 러시안 룰렛 장면을 비롯해 권총과 관련한 숱한 명장면을 만날 수 있다.
`타이타닉'과 더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진가를 보여준 영화로 꼽히는 `로미오와 줄리엣'. 상대가 겨눈 총구를 왼손으로 쥐어 쏠테면 쏴보라는 듯이 자신의 이마에 갖다대는 `레오'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이 영화의 가장 격정적인 장면중의 하나.
갱영화에서 `무표정의 미학'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일본의 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 대표작 `소나티네'에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러시아 룰렛 게임을 하던(실은 총알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만) 기타노 다케시가 웃음을 머금고 권총으로 자살하는 상상신이 나오며 관객들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킬리만자로'에서 박신양이 연기한 `권총 자살신'은 `형제간의 복수'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게 특징.
이 영화에서 박신양은 1인 2역. 쌍둥이 형제 역할로, 형사인 해식(형)과 깡패인 해철(동생) 역을 동시에 그려낸다. 해철은 한때 잘나가는 주먹이었다가, 형사인 형의 정보원 역할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 해철은 형의 권총을 훔쳐 형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원망스러운 형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
한 화면에 절규하는 두명의 박신양이 나올 `킬리만자로'의 핏빛 오프닝신이 영화팬들에게 뇌리에 오래 남을 명장면이 될 지 기대가 모아진다.
[안영준 기자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