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손, 한국축구 '특강'
기사입력 2000년 03월 31일 12시 20분
"한국 축구는 이런거야."
안양의 최고참이자 프로축구 최고령선수인 신의손(40．GK．사리체프)이 드라간(26) 안드레(28) 등 신인 용병들을 모아놓고 한국축구 `강습'을 실시했다.
신의손은 지난 29일 창원에서 벌어진 수원전에서 안양이 승부차기 끝에 4－5로 패하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한 듯 이들을 안양이 숙소로 잡은 호텔의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97년 한국에 와 어느덧 중고참이 된 무탐바(29)까지 자리를 같이하자 신의손은 상대팀 수비수들의 집중적인 파울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드라간에게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종이 돼야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한국의 수비수들은 거칠기 때문에 몸으로 부딪쳐오면 똑같이 돌려줄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냉정한 생존의 논리를 일러준 것. 또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국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드라간에게 "이방인에게 혹독한 건 사실이지만 축구는 그냥 축구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다 잊어버리는 거야"라며 타일렀다. 잔병치레로 고생하고 있는 안드레에게는 "몸관리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한다"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지난 91년 성남 일화(당시 일화)에 입단한 후 9년간 프로최고의 GK로 명성을 날렸고, 올해 한국으로 귀화하며 다시 현역에 복귀한 신의손이 이들에게는 모든면에서 `하늘 같은 선배'임을 분명한 사실. 이 `왕고참'의 `한국축구 알아보기' 강의가 자정쯤 끝나자 술잔대신 커피잔을 기울이며 둘러앉았던 후배들은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