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검사 (6)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7시 21분
김인석은 정민숙과 만나면서 그녀를 정복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으나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다. 묘안을 찾던중 친구들로부터 자유로에 심야 카섹스족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옳거니, 바로 그거구나'하고는 친구에게 사정해 승용차를 빌렸다. 그리고 정민숙을 불러냈다. 토요일 오후였다. 화사한 봄기운이 대지를 감싼 날이었다.
"오늘 우리 드라이브나 합시다. 타시죠."
"어머, 차 사셨어요?"
"사기는 요. 가난한 사법연수원생이 무슨 돈으로 차를 사겠습니까. 친구가 빌려줬습니다."정민숙을 태운 김인석은 차를 교외로 몰았다. 북한산 입구를 지나 장흥쪽으로 달렸다. 차창으로 상큼한 봄내음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장흥에는 서구식 건물의 식당들이 즐비했다. 각종 조형물로 장식된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들판과 산을 내다보며 김인석이 입을 열었다.
"민숙씨는 결혼 안하세요?"
"아직요. 대학원이나 마치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검사가 된뒤에 결혼할 생각인데 시골의 부모님께서 성화세요."
"인석씨 같으면 열쇠 몇개 가져야 선이라도 볼 수 있을거 아녜요."
"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에 드는 참한 여자가 좋습니다."
대화는 이 정도에서 끝났다. 둘은 다시 차를 몰고 일영 유원지로 갔다. 거기서 보트를 타며 물놀이를 즐겼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을 막아 보를 만들어 보트를 타게 해 놓았는데 물가의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뻗어나온 작은 나무들이 잘 가꿔진 분재처럼 아름다웠다.
둘은 숲길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차를 몰고 통일로를 달려 임진각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나와 시골길로 들어섰다. 문산쯤 되는 것 같았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페이브먼트를 달리는 기분은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도로변에 띄엄띄엄 서 있는 너와집같은 카페들이 데이트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토속음식점으로 들어가 산채정식을 시켜놓고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종업원은 곳곳에 있는 초에 불을 당겼다. 너울거리는 촛불에 비치는 정민숙의 얼굴은 더욱 예뻐보였다.
"이제 돌아가요."
"그럽시다. 이번엔 자유로로 돌아갑시다."
자유로에 들어서니 상하행선 사이를 넓다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김인석은 "잠시 쉬어갑시다"며 차를 잔디밭 안으로 몰고 들어갔다. 잔디밭이 워낙 넓어 차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지나가는 차량들은 볼 수가 없게 돼 있었다. 김인석은 말없이 담배만 피우더니 담배를 끄고 정민숙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민숙씨. 민숙씨 같은 여자가 제 이상형입니다."
정민숙은 말문이 막혔다. 계속 만나면서도 김인석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어 마음 졸여왔기에 김인석의 그 한마디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저 그동안 민숙씨를 줄곧 지켜봐 왔습니다."
김인석의 달콤한 얘기는 줄줄이 흘러나왔다. `사랑합니다.' `우리 결혼합시다.' `민숙씨를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김인석은 갑자기 정민숙의 입술을 덮쳤다. 정민숙은 피하려 했으나 이미 김인석의 손이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을 감쌌던 손은 어느새 정민숙의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정민숙은 손을 내저으며 김인석의 손을 뿌리치자 의자의 등받이가 서서히 눕혀지고 있었다. 김인석의 손길은 바빴다. 정민숙의 위아래를 오가는가 싶더니 브라우스 단추가 풀어지고, 브래지어가 벗겨지고, 팬티가 내려지고…. 정민숙은 그렇게 정복됐다. 당해줬는지도 모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