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검사 (4)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7시 20분
해가 기울자 김인석과 이미영은 부두로 나왔다.
그런데 부두는 썰렁했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론지 가버리고 없는 것이었다. 선박회사 사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김인석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겉으로는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둘은 부근 식당에 가서 물어보았다.
"배가 끊긴지 두시간이 지났어요. 4시반이 막배입니다."
식당 주인 남자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미소에는 김인석과 이미영 같은 커플을 종종 보아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지만 둘은 그 미소를 읽을 겨를도 없었다.
이미영은 "어머, 어떻게. 나 몰라"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김인석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먼 수평선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인석은 얼마를 그렇게 서 있다 이미명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달래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김인석은 소주를 시켜 마시고 이미영은 계속 훌쩍였다. 이를 지켜보던 주인이 한마디 했다.
"어짜피 자고 내일 나가야 하니 서둘러 방갈로나 잡아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노숙을 해야 합니다."
둘은 주변을 둘러보니 하루 묵고 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길을 걸어 방갈로쪽으로 가는데 이미 여기저기 텐트가 처져 있었다.
방갈로에 갔더니 마침 빈게 하나 있어 숙소로 정했다. 둘이 눕기에는 적당하지만 떨어져 눕기에는 곤란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둘은 방갈로 안에서 따로 떨어져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김인석은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고 이미영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를 그렇게 있던 둘은 한동안 티격태격하는가 싶더니 이미영의 입에서 묘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음소리는 얼마동안 계속됐다. 이미영은 신음소리를 그친뒤 흐느껴 울었다. 김인석은 이미영을 꼭 끌어안았고 이미영은 김인석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그랬던 그들은 다음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둘의 표정은 밝았다.
식당 주인은 전날보다 훨씬 가까워진 모습으로 들어서는 둘을 보고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더 좋군요"하며 반겼다.
둘은 식사를 마친뒤 작약도에서 좀더 머물다 나왔다. 그뒤 둘은 수시로 만나 데이트를 하고 사랑의 행위를 나눴다. 데이트 비용은 이미영이 부담했다.
이미영은 김인석을 꽤나 위해 줬다. 만날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주고 때로는 용돈을 주기도 하고 가끔 옷도 사줬다. 김인석은 용돈이 필요하면 스스럼없이 달라고 했고 이미영은 검사부인이 될거라는 장미빛 꿈에 부풀어 마다하지 않았다.
김인석은 무한정 사시 합격생 노릇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법연수원을 찾아갔다. 그때가 12월이다. 그리고 입학식은 언제하며 수료식은 언제 하는지 알아뒀다. 며칠후 수료식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김인석은 수료식날 사법연수원에 가 대법원장 치사와 수료식 안내 유인물 등을 얻어왔다. 그리고 이미영을 불러냈다. 이미영은 김인석의 손에 든 유인물을 보고 물었다.
"오빠, 그게 뭐야?"
"으응, 이거. 오늘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있었거든. 마침 선배가 이번에 수료하기 때문에 갔다가 얻어온거야."
"어떤 선배인데?"
"고등학교와 대학 선배이고 나와 고시원에도 같이 있었던 친 형같은 선배야."
이미영으로서는 김인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인석도 이제 곧 사법연수원생으로 변신해야 한다. 그래서 사법연수원 주위를 계속 맴돌며 사법연수원생에 대한 지식을 얻어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