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딱딱한 호랑이굴 문화 '이젠 바꿔야'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386세대'라면 동문회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한두개쯤 갖고 있을게다. 당시 `사발주'와 `줄빠따'는 동문회의 하이라이트. 특히 최고참 선배부터 막내까지 이어지는 `줄빠따'는 비난의 소리도 높았지만 선후배의 정을 돈독히 하는 매개체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297' 또는 `2029'로 불리는 세대가 입학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집단의식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었고 위계질서보다 자유분방함을 즐겼다. 90학번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직장문화에도 "상사가 까라면 깐다"는 식의 권위주의는 더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프로야구판도 90년대 이후 숱한 변화가 일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여러모로 튀는 신세대 선수들이 등장이다.
노랗게 물든인 머리카락, 주렁주렁 매단 목걸이와 귀고리, 그리고 당당하게 주장을 펼치는 목소리. 프로야구가 어린이나 중년의 전유물에서 20대 젊은이들의 스포츠로 탈바꿈한 데는 이들 선수들의 힘이 컸다.
90년대 중반까지 최강으로 군림해 온 해태 덕아웃의 기류는 언제나 팽팽하다. 언제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바짝 군기가 잡힌 후배들. 그런 분위기를 교묘히 이용하는 코칭스태프.
마치 70년대 해병대 야구팀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많다. 하긴 해태의 힘은 여기서 나왔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온라인상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사이버시대에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손 혁의 은퇴파동만 봐도 그렇다. LG에 대한 배신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가 유니폼을 벗은 이면에는 "해태의 숨막히는 분위기에서 야구할 생각이 없다"는 주장이 숨어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호랑이굴도 영원히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순 없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