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특파원수첩] 마이너행 이상훈과 '눈물젖은 빵'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마이너리그 컴플렉스'는 빅리그가 훈련중인 시티 오브 팜스 파크와는 자동차로 5분 거리. `풍운아' 이상훈(29．보스턴)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에디슨가를 가로질러 그렇게 `쉽게' 마이너 캠프에 왔다.
마이너 구장에는 광활한 운동장만 5개 있을뿐, 그늘이 없다는 것을 선보이려 한 것일까. 포트마이어스의 햇볕은 유난히 따가왔다.
이상훈은 훈련을 마친뒤 그 빛을 고스란히 맞으며 약 3시간동안 연습경기를 관전했다. 경기를 안보면 벌금이 100달러. 이상훈과 함께 마이너로 떨어진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훌리오 산타나는 "나보고 지금 더블A 경기를 보란 말이냐"고 오만한 신경질을 내며 100달러를 내고 숙소로 돌아갔다.
점심은 김선우, 송승준과 함께 구단에서 마련해 준 햄버거와 콜라로 때웠다. 시즌이 시작되면 접시처럼 생긴 큰 빵을 준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눈물 젖은 빵'이다.
31일부터 이상훈은 혼자다. 같은 방을 쓰며 아우처럼 지내던 통역 박승현씨가 구단과 계약이 끝나 보스턴으로 돌아간다. 마이너 선수에게 통역을 붙여줄 만큼 구단의 인심이 후하진 않다. 이제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렌트카를 빌리고, 약국에서 파스를 하나 사더라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 알려진 것과 달리 계약서에 구단이 통역을 붙여준다는 조항은 없었다.
"11경기 중에 원정 등판만 9게임이었어요. 페드로 마르티네스였으면 그렇게 했을까요."
서운했던 점을 말해보라고 다그쳤더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버스로 꼬박 3∼4시간이 걸리는 원정길에 주전들은 늘 열외고, 자신은 `뺑뺑이'를 돌았다는 사실이 못내 서러웠던 모양이다.
약 2개월간 메이저캠프에서의 `호사'를 뒤로 한채 이상훈은 고행을 시작했다.
[김우석 기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