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시구 누가 하나' 두산의 고민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이제 은근히 초조해진다.
두산이 오는 5일 해태와의 잠실 개막전 시구자를 아직도 못 정했다. 개막이 일주일도 안 남은 지금, 응원용 소도구 나부랭이까지 완벽히 챙겼는데 막상 테이프를 끊어줄 사람이 없다.
지나치게 심사숙고하느라 시간을 놓친 것도,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태양(선동열)'이 뜬다는 소식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두산 관계자들이 헷갈리기 시작한 것은 이상국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선동열에게 잠실 개막전 시구를 권유해 승낙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나간 뒤부터. 신문에 난걸 보니 분명히 얘기는 된 모양인데 KBO에선 `꿩 구워먹은 소식'이니 답답할 밖에. 기다리다 못해 구단에서 KBO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이총장이 직접 한 일이라 우리는 잘 모른다"는 대답.
의미를 생각해도, 흥행을 고려해도 시구자로 선동열만한 카드가 없다는건 두산도 잘 안다. 하지만 천하의 선동열도 나타나야 `빅카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이니 지금쯤 대타를 물색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연예인이나 어린이회원 등 다른쪽으로 약속을 잡아뒀다가 막상 선동열쪽이 성사되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두산 홍보팀의 이운호 차장은 "개막이 내일 모레인데 급하겠다"는 말에 "아니에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어요"하고 괜시리 소스라친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