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 이후의 '송아리-나리 자매'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탄 송아리-나리 쌍둥이 자매(13)는 다음날 오전 6시30분이 돼서야 집이 있는 플로리다주 브래든튼에 도착했다.
웬만한 한국 부모들 같으면 하루 쉬게 했을 법도 했지만 이들 쌍둥이 자매는 아침만 먹고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대회 기간 동안 틈틈히 한 숙제를 들고서.
나비스코 챔피언십 내내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공세를 받았던 송아리-나리 자매는 13세 소녀들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 대회를 치르는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플로리다로 돌아오자마자 뒤늦게 발동이 걸린(?) 태국 언론들이 집으로 전화를 해대 아버지 송인종씨와 어머니 웡루킷씨는 하루종일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게다가 아리 나리의 이름이 들어간 인터넷 도메인은 모두 한국사람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또 미국 최고의 스포츠 주간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를 비롯한 스포츠-골프 전문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오는 7월에 열리는 LPGA대회서도 초청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대회를 마쳤을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송인종씨는 이 모두를 정중히 거절했다.
아이들이 스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더욱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대회 초청도 마찬가지다.
나리는 커트오프를 당하고 아리가 공동 10위에 올랐기 때문에 아리만 초청을 하겠다고 하자 송인종씨는 `둘다 초청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일로 나리에게 상처를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리-나리 자매는 4월 한달을 쉬고 5월에 가서야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때까지 부모들은 나비스코 대회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소와 같이 학교를 다니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갈 참이다.
[이사부 기자 g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