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 내한공연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5시 35분
피나 바우쉬를 따라다니는 말들은 많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안무가, 독일이 낳은 문화혁명가, 현대무용의 대명사,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그러나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것도, 그녀의 심장이 비로소 살아 펄펄 뛰는 곳도 이 상투적인 수사들 속이 아닌 무대일 뿐.
피나 바우쉬가 이끄는 현대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내달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역사적인 서울공연을 갖는다. 지난 1979년 `봄의 제전'이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서울을 찾은 지 21년만에 다시 찾는 내한 무대다.
그녀는 늘 `경이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대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찰랑거리는 물에 잠기기도 하고 흙으로 만든 커다란 산이 쌓이기도 한다. 사슴이나 양부터, 뱀에서 하마까지 전혀 예기치 않은 동물이 등장하는 것도 그녀의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 어느 무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그녀는 인류의 상상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왔다. 이미 70년대에 춤과 연극의 경계를 과감하게 부순 춤연극 `탄츠테아터'라는 형식으로 무용의 역사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이번에 국내관객들과 교감을 이뤄낼 공연제목은 `카네이션'. 독일로부터 공수해온 8000송이의 인조카네이션이 무대를 덮으면 18개 국적 30명의 단원이 사람살이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들을 담아낸다. 셰퍼트 4마리가 엑스트라로 등장하기도 한다. 환상과 리얼리티가 교차하면서 인간이 겪는 희비극, 삶의 진정한 현실을 그려내는 건 피나 바우쉬 작품의 영원한 주제다.
독일 동북부의 부퍼탈. 이 작은 공업도시가 낳은 사회이론가 엥겔스가 꿈꾸던 혁명도, 이곳에서 탄생한 아스피린이 가져온 의학사의 진전도 이제는 옛얘기가 됐지만, 피나 바우쉬가 몸짓으로 만들어내는 문화혁명은 여전히 활화산이다. 그리고 4월초의 서울은 그 현장이 될 것이다. (02)2005@0114.
[이형석 기자 evol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