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이종범-조성민 '1군 진입 시간문제'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4시 50분
한국의 `신(新) 3총사'가 21세기 일본 무대 평정에 나선다.
주니치 이종범(30)과 요미우리 정민철(28), 조성민(27). 공교롭게도 개막은 모두 2군이지만 똑같이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있다. 시기가 문제일뿐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
■이종범
한국의 이치로로 이름을 떨쳤던 이종범은 야구 인생 최대의 기로에서 백의종군을 한다. 2군에서 공식 시즌을 맞기는 처음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고난의 지난 한시즌, 그래서인지 한마디 한마디에 비장함이 배어있다.
－개막을 맞는 느낌이 다른해와 많이 틀릴텐데.
▲무조건 참고 때를 기다리겠다. 당분간 이적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주니치에서 승부를 걸고 싶다.
－지금 상태에서는 고메스(푸에르토리코), 딩고(호주) 때문에 1군 출전이 8월 이후(호주 국적의 딩고가 시드니 올림픽 출전으로 차출되는 기간)로 미뤄질 수도 있는데.
▲올해는 `야구천재' 이종범이 아닌 무명 선수로 남을 각오가 돼있다.
－그동안 국내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움직임이 많이 있었는데.
▲간접적으로 의사 타진을 해올때마다 거절했다. 한번 보여주고 가야되는 것 아닌가.
■정민철
프로 선배 이종범이 겪었던 지난해 고통을 조금씩 이해할 것 같다는 요미우리 정민철.
한국에서나 다름없는 밝은 표정이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1군행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일본야구의 콧대를 꺾고 싶은 속내지만 지난해 18승을 올렸던 한국 에이스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현재의 자리가 영 내키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뒷골이 뻐근해서 잠이 오지 않을때도 있다고 한다.
－일본야구를 몸으로 겪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텐데.
▲한국과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단, 프로에서도 기본기를 다지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 같다.
－지난 2개월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언어다. 운동장 안팎에서 스트레스가 두배다. 시간이 날때마다 집사람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게 유일한 낙이다.
－결혼 1년만에 외국 생활이 시작됐는데.
▲원정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국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미안하다. 일본에 올때 성공하기전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꾹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언제 쯤이면 베스트 컨디션이 될 것 같은가.
▲한국에서보다 페이스가 훨씬 빠르다. 한국에서는 6,7월이 가장 좋았다. 언제라도 1군에서 던질 자신이 있다.
■조성민
지난해 4월 오른 팔꿈치 수술 이후 암흑같았던 1년. "내가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던 조성민이다.
멀쩡한 왼손의 인대 20㎝를 떼어내 오른 팔꿈치에 이식하는 큰 수술. 시범경기서 두차례의 등판, 이케가야 코치는 "이 정도로 던질 수 있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코칭스태프의 고정 관념을 깨느라 애를 먹었는데.
▲처음에는 모두 내가 공을 던지기 힘든 상태인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뮬레이션게임, 청백전, 시범경기 등에서 등판을 한뒤 조금씩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나가시마 감독은 4∼5이닝만 던지면 1군에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
▲현재는 긴 이닝을 던지기 힘든 상태다. 3이닝 정도가 가능하고 5월이면 선발 5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정)민철이와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싶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텐데.
▲고독이란게 뭔지 절실하게 느꼈다. 훈련으로 모든 걸 이겨야 한다고 하루에 수도없이 내 스스로를 다그쳤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