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 기자 '화려함속 씁쓸했던 C양 결혼식'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4시 50분
탤런트 C양의 결혼식은 예상했던 만큼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정상급 탤런트의 결혼이란 타이틀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데, 결혼상대가 누구나 알만한 가수 K군이니 연예가의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불과 2년전. 그녀는 또 다른 가수와 결혼날을 잡아놓은 상태에서 파경을 맞은 아픔이 있다. 이번 결혼식에 쏟아지는 세인들의 관심은 그래서 더 뜨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픈 만큼 성숙하고 더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혼식을 지켜본 기자의 눈엔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가 않았다. 호화롭고 성대한 만큼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내내 짓눌렀다.
결혼장소가 잡히기 전부터 이미 유명 호텔과 여행사들의 `모시기 경쟁'으로 한바탕 눈쌀을 찌푸리게 한 터다. 결혼발표 때도 `신중한 장소결정을 위해'라는 등 협찬을 의식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니 이후 호화판 결혼식에 대한 주위의 비난시선은 물론이고 언론의 충고 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론을 무시하면 결국 팬들을 무시한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화제가 있는 곳에 기자가 쫓아가는 것은 불문가지. 밉다고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은 독자들의 알권리를 팽개칠 수 없는 탓이다.
이들은 결혼식 전반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천문학적인 결혼비용이나 30박31일이란 해외여행경비 등 알리고 싶지 않은게 많긴 하다. 마치 `뭐든 감춰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했다. 그러다보니 결혼당일 주례와 사회자까지 쉬쉬하는 바람에 `이대근 해프닝'(K군의 고교은사를 연기자 이대근으로 오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은 누구나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가장 많은 축복을 받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가족과 친지들 못지않게 10여년 이상 몸을 담은 연예계 식구들의 축복은 더욱 절실하다.
무슨 이유에선지 가깝다고 소문난 연예계 친구들이 나타나지 않은 이날 결혼식은 북새통속에서도 어딘가 썰렁한 느낌만을 남겨주었다.
[강일홍 기자 e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