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초보1루수 임수혁 완벽 플레이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00시 36분
28일 사직구장 한화－롯데전.
수비에 나선 롯데에 난데없이 2명의 포수가 등장했다. 임수혁(31)과 최기문(27). 다들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할 때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최기문은 마스크를 쓰고 제 자리에 앉았으나 임수혁이 1루쪽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경기 직전 수비훈련을 하던 손인호가 왼쪽발목 관절에 타구를 맞아 뛸 수 없게 되자 부랴부랴 임수혁을 내세운 것.
마해영은 미계약, 김응국은 허리통증, 김무성은 2군복귀 등 1루수 요원들이 하나같이 자리를 비워 빼도박도 못하는 처지였다.
한데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은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미트를 얇은 걸로 바꿔끼고 1루에 선 임수혁의 플레이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던 것.
1회초 한화 1번타자 이영우의 땅볼 타구를 가뿐하게 걷어올려 베이스커브 들어온 투수 기론에게 넘겨 아웃시키더니 3회초 또다시 1루쪽으로 날아온 이영우의 타구를 넙죽 집어삼키며 직접 베이스터치. 8회초에도 1회와 같은 상황 재현.
공교롭게도 이영우는 3차례 모두 `초보 1루수'에게 당하고 말았다. 임수혁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에러 하나없이 차분히 임무를 완수. 입심좋은 팬들이 이 광경을 놓칠 리 만무했다.
"임수혁이는 얇은 장갑 체질인갑다."
알고보니 임수혁은 서울 강남중 시절까지 1루수로 뛰었단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