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현대판 마녀사냥, 영화 '썸머 오브 샘'
기사입력 2000년 03월 28일 14시 24분
`썸머 오브 샘'은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초반부터 공개되고 살인도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무시무시한 효과음, 피해자의 등 뒤로 다가가는 카메라도 없다.
77년 뉴욕 브롱크스 거리에서 `샘의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살인마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주민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직접 살인마를 잡으러 나선 이들은 `이웃 사촌'인 리치(애드리언 브로디)를 살인자로 확신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이다. `선량한' 이웃들은 리치가 머리를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 펑크족이며 게이 바의 댄서로 일한다는 점 때문에 살인자로 지목, 폭력을 휘두르는 것.
스파이크 리 감독은 `썸머 오브 샘'에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광기어린 집단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여기에 비니(존 레귀자모)와 디오나(미라 소르비노) 부부를 중심으로 불륜과 혼음 등의 장면을 끊임없이 겹쳐가며 욕망의 도가니 속에 불안이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살인범이 이미 잡혔는데도 리치를 잡으러가는 청년들이 리치의 절친한 친구인 비니(존 레귀자모)까지 끌어들여 리치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장면은 2차세계대전 직후의 매카시즘을 연상시키는 광기가 느껴지는 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주옥같은 음악이 등장해 귓가를 즐겁게 해준다. 아바 등의 노래가 잔인한 화면과 어우러져 욕망과 불안이 들끓던 70년대 문화를 때로는 생동감 넘치게, 때로는 더 잔인하게 표현해준다. (시네코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