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눈꽃 내리는 '전남 보해매원 해남농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8일 13시 07분
옛날 풍류를 즐겼던 선조들은 매년 초봄이면 탐매(探梅)여행을 즐겼다.
꽃잎사이에 흰눈을 머금고 고고히 피어있거나 보면 볼수록 드러나는 신비스런 모습에 `과연 사군자'라며 탄성을 자아냈다.
요즘 매화는 늦게 피는 개량종이 많아 설중매(雪中梅)의 `고품격'을 구경하기란 쉽지않다. 색깔도 흰색으로 통일돼 단조로운 느낌이다.
그러나 전남 해남군 산이면 예송리 보해매원 해남농원을 찾으면 조상들이 즐겼던 `탐매'를 체험할 수 있다.
13만평의 드넓은 구릉지대위에 자라고 있는 10∼19년생 매화 1만4000여그루의 34%가 토종인 재래종이기 때문이다.
재래종 품종도 50여종에 달해 피고지는 시기가 각기 다르고 꽃 색깔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눈이 내린듯 하얀색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아이보리, 분홍, 연분홍 등 삼색이 더 숨어있다.
매화는 명화를 대하듯 가까이서 감상해야 참멋을 안다고 한다.
매화꽃이 활짝 핀 가지들을 유심히 바라보노라면 마치 동양화속 사군자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매화꽃이 촘촘히 피어있는 가지 하나를 꺾어 화선지위에 놓으면 사군자가 따로없다.
이곳 매화는 이달초부터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려 지난 주말부터 만개하기 시작했다. 벚꽃 못지않게 화려한 매화터널을 이뤄 탐매에 젖으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올겨울이 춥고 가물어 개화시기가 1주일 정도 늦어졌지만 꽃은 아주 곱게 피고 있다고.
농원주변에 놓여있는 수백통의 벌통에선 벌들이 부지런히 숫매화, 암매화를 드나들며 `짝짓기' 중매를 서느라 여념이 없다.
바닥에는 쑥이 많이 자라고 있어 쑥캐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곳 매화는 이달말까지 절정을 이룬뒤 다음달초부터 서서히 봄바람에 흰눈처럼 휘날릴 전망이다.
농원 주변의 방풍림 역할을 하는 3000그루의 동백나무에선 선홍빛 동백이 만개, 또른 볼거리를 안겨준다.
[해남＝김순근 기자 skkim＠]
보해매원 해남농원은 지난 79년 보해에서 조성했다. 매년 500@씩 생산되는 매실은 목포 보해양조에 매취순 등의 원료로 공급하는데, 매년 매화꽃이 필때면 일반인들에게 농원을 개방한다.
보해매원 양상근과장은 "일부 관광객들은 기념으로 가지를 꺾어가거나 꽃잎을 따는 경우도 있다"며 "이곳이 계속 무료 개방될 수 있도록 나무나 꽃을 훼손하지 말고 질서를 지켜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IMF이후 중단된 매화사진 촬영대회는 내년봄에 부활될 예정이다. (0634)532-4959
▲교통:항공기는 서울∼목포, 서울∼광주. 특히 목포 버스 터미널에서 109번 버스를 타고 산이면소재지에서 내린후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목포에서 30여분 거리).
자동차는 호남고속도로 광산IC∼나주∼목포∼영산강 하구둑∼대불방조제∼영암방조제 또는 영암∼해남∼진도방면 18번 국도∼806번 지방도. 산이면 소재지를 지나 4㎞정도 가면 오른쪽에 보해매원 이정표가 나온다.
▲맛집:해남읍 천일식당(0634-535-1001)의 떡갈비가 유명하다. 갈비를 잘게 다져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그만이다. 1인분에 1만5000원.
인근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세발낚지 원조마을로 이곳 영암식당(0693-472-4027)의 연포와 갈낚탕이 별미. 연포는 물을 끓인후 낚지를 넣고 파, 마늘, 고추 등을 넣어 끓인 국으로 맛이 시원하다. 낚지에 한우갈비를 넣은 갈낚탕은 담백한 맛이 있다. 연포 1만원, 갈낚탕 1만2000원.
▲숙박:1박2일 일정으로 탐매여행을 즐기려면 농원에서 30여분 거리인 영암 월출산 온천관광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관광1급에 양@한실 60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월출산 온천수는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바위산인 `월출산' 암반대에서 솟아나는 약알칼리성 맥반석 온천수로 신경통, 류마치스, 무좀,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녀 대온천탕과 쑥찜 등 사우나, 노천탕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이용료 대인 6000원). (0693)473-6311
▲여행상품:한국여행문화연구소(02-738-6694)와 농협교류센터(02-3279-0624)가 토종 매화꽃나무 남도 답사 상품을 마련해놓고 있다. 4월1∼2일, 8∼9일 각 무박 2일 일정으로 떠나며 매화감상과 땅끝마을 사자봉일출, 왕인박사 유적지, 무위사, 월출산 온천욕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5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