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외도' 남편들 혼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7일 14시 27분
회사원 최모씨(43)는 최근 집으로 날아온 신용카드 영수증때문에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는등 홍역을 치뤘다.
카드 영수증에 Y마사지라는 상호와 함께 안마비와 봉사료 대금이 또박또박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모 제약회사 영업부의 이모대리(31)도 `00장'이라는 상호가 찍힌 카드 영수증 때문에 아직까지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집으로 날아온 카드 명세서를 우연히 본 아내가 여관에 전화를 걸어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 바람에 2차를 간 사실이 탄로났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유흥업소의 탈세를 막기위해 위장 가맹점을 통한 허위 영수증 발급 단속을 강화하자 생겨나기 시작한 해프닝들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마시술소나 증기탕 등 `의심스런 요금내역서'는 대부분 `00상사' `XX통상' 등 위장 가맹점 이름으로 청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다른 회사의 상호로 영수증을 끊어주던 유흥업소들이 올들어 실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른채 모처럼 술집 여종업원과 2차를 간후 카드로 계산한 사람들이 한두달후 집으로 날아온 `바람 피운 내역서' 때문에 혼쭐이 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무교동의 발안마시술소에서 안마를 받았다는 박모씨(35)는 "피로를 풀기위해 순수하게 안마만 받은 것 뿐인데 카드 명세서에는 남성안마시술소라는 오해받을 상호와 함께 안마비, 봉사료가 찍혀있었다"며 "아내 보다 먼저 명세서를 봤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실납세자로 등록하는 유흥업소들이 늘어나면서 엉뚱한 피해를 입는 남성들도 덩달아 늘어나 카드회사에는 월초와 월말 등 요금 청구서가 배달된 직후에는 주소지를 직장으로 옮겨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비자, 국민 등 카드회사에 따르면 주소지를 직장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많을 경우 하루 20∼30건에 달한다는 것.
올초부터 국세청이 카드 복권추첨제를 실시한후 실명 가맹점이 늘어나고 소비자들도 카드사용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이같은 해프닝들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