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게 던지는 거짓과 진실의 차이 영화 '인터뷰'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6시 40분
카메라는 과연 인간 마음의 실체를 포착하는 데 성공하고, 영화는 그것을 담아낼 수 있을까?
변 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인터뷰'(씨네2000 제작)는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성의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색적인 영화다. 관객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적당히 대중을 따라가는 안일함보다는, 새로운 스타일로 접근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가?
영화는 은석(이정재)과 영희(심은하)의 인터뷰를 중심축으로 주변에 많은 일반인과 유명인과의 인터뷰를 깔아놓고 있다. 단조로운 듯 멈춰진 영화내의 시간은 극중 감독인 이정재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더디게 진행된다. 정지된 시간은 사색의 깊이를 불러온다.
과거와 현재, 거짓과 진실, 꿈과 현실, 프랑스와 한국을 넘나드는 영상은 마치 `큐브'에 갇힌 시간과 공간의 배열과도 같다. 편집의 색다름은 이 영화만의 이야기구조가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꿈을 꿔요…매일 같은 꿈을…이상하죠? 어떻게 항상 같은 꿈을 매일 꿀 수가 있죠?" 영희(심은하)의 꿈에 젖은 듯한 인터뷰는 촉촉하게 은석(이정재)의 가슴에 녹아들지만, 그는 가끔 "졸라게 어렵죠?"라며 그녀에 대한 환상에 스스로 경계의 눈빛을 던지기도 한다.
두 인물의 관계는 꿈인가 환상인가, 거짓인가 현실인가. 이 알쏭달쏭한 스토리라인에 해결의 실마리를 몇군데 풀어놓고 있다. 평범한 관객의 눈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랑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심은하는 이 영화의 `열쇠'다. 그렇다면 `인터뷰'는 영락없이 `텔미 썸딩'과 닮았다. 피가 없다는 것과 장르가 다르다는 것 뿐, 세상사가 수수께끼가 같다는 것과 인간에의 이해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라스트의 충격이 그것이다. 그 충격은 곧바로 침묵을 불러오고, 침묵은 사색으로 이끈다.
상대와의 만남의 어려움. 우리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보고,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한다. 실체와의 만남이 어렵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 이 영화의 `번민'이다.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 심은하, 팔색조의 연기를 거듭하는 이정재의 매력이 돋보이는, 뛰어난 영화다. 변 혁 감독의 등장은 한국영화를 위한 축복이다.
(4월 1일, 서울 중앙 명보 단성사 씨티 강변CGV11 녹색 등)
[양윤모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