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서 결혼식 올리는 청춘남녀 폭증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6시 23분
"우리 결혼해요".
리니지,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등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속에서 사이버 결혼식을 올리는 청춘남녀가 폭증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자신을 대신한 캐릭터로 가상의 공간에서 사회를 구성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온라인 머그 게임.
캐릭터를 내세웠을뿐 자신이 게임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게임속에서 결혼식장까지 만들어 짝만 구하면 언제든지 결혼을 할 수 있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 같은 게임에는 이미 결혼한 커플만 20만쌍에 이른다.
사용자가 90만명인 바람의 나라는 10만쌍, 80만명인 어둠의 전설도 비슷한 숫자의 사이버 유부남 유부녀가 존재한다.
150만 사용자를 자랑하는 리니지(엔씨소프트)는 별도의 결혼식장을 마련해놓지 않았는데도 4000여쌍의 사이버 커플이 존재할 정도다.
물론 게임속 결혼과 실제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게임속에서만 부부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혼인 신고(서버에 등록)를 하면 게임세상에선 만인이 인정하는 진짜 부부나 다름없다.
이때부터는 포옹이나 키스같은 애정표현도 가능해진다.
구하기 힘든 비싼 아이템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선물하고 짝이 곤경해 처하면 바람처럼 달려간다.
늘 붙어 다니고 애정표현도 적극적이다.
실생활과 다름 없는 게임속 생활이기 때문에 성격차 등으로 이혼을 하는 사례도 많다.
전체 이혼률은 실제 세상보다 훨씬 낮은 1% 정도. 이혼하는 절차가 까다로운데다가 이혼을 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험치와 사이버 머니가 엄청나게 깎이는 탓에 미워도 그냥 사는 부부가 많기 때문.
성인 사용자가 많은 어둠의 전설의 경우 하루에 30쌍 정도가 결혼하고 1쌍정도가 이혼해 비교적 이혼율이 높은 편.
하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도 이혼을 밥먹듯이 해 이른바 `바람숙이'로 통하는 게이머도 없진 않다.
신분 노출이 곤란하다는 한 리니지 사용자는 무려 7번의 이혼 경력을 자랑하면서도 또 다시 결혼을 할 작정이란다.
이정도 되면 성공적인 결혼을 하는 비법도 있기 마련.
바람의 나라에서 4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게이머는 사이버 결혼 주의사항을 이렇게 밝혔다.
처음 만날때부터 청혼을 하며 결혼을 재촉하면 99%는 아이템을 노리고 결혼하려는 혼인빙자절도범이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
또 비속어, 은어를 남발하는 짝도 앞날이 캄캄한 상대란 조언이다.
끝으로 돌아다니면서 상대방을 저주하는 마법을 남발하는 상대는 대부분 실제 나이가 어린 사용자로 결혼 기피 대상 1호라는 경험담이다.
[임태주 기자 spark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