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포 침묵, 속타는 조성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5시 14분
현대 조성원(29．1m80)은 25일 SK와의 대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팀내 최다득점(18점)을 기록하고도 한동안 `고개숙인 남자'였다.
`외곽슛만 제대로 넣었으면 이겼을 텐데…'하는 떨쳐내기 힘든 자책감 때문이었다.
이날 `신기의 3점 슈터' 조성원이 시도한 장거리슛은 9개였지만 림에 꽂힌 것은 2개밖에 되지 않았다.
종료부저가 울리기 직전 `4쿼터 사나이' 조성원이 여느때처럼 짜릿하게 승부를 뒤집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대전 홈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 67－70으로 뒤진 경기종료 2분전 조성원이 쏘아올린 3점슛이 백보드를 맞고 튕겨나가는 순간, 현대 벤치와 관중석은 발을 동동 굴렀다.
모든 게 아픈 목 때문이었다.SBS와의 4강플레이오프 때 상대 선수에 부딪혀 목의 신경을 다친 뒤로 슈팅감각이 흐트러진 것.
이날 조성원의 득점도 대부분 자유투와 레이업에 의한 것이었을 뿐 전매특허인 고감도 중장거리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중적인 물리치료를 받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한번 헝클어진 `손끝의 느낌'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현대가 1차전서 막판까지 대추격전을 펼치며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조성원이 날다람쥐처럼 코트를 누비며 상대의 패턴플레이를 교란시킨 덕분이다.
이날 조성원의 출전시간은 34분. 현대 신선우 감독은 작년 플레이오프 MVP로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 조성원이 스스로 슈팅밸런스를 되살릴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예정보다 투입시간을 늘렸다.
조성원의 외곽포가 살아나야 현대의 3연속 최정상 등극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전＝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