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포 이승엽... '올해도 자신있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25일 02시 56분
홈런왕의 여유일까, 아니면 생각지도 않은 횡재를 했기 때문일까.
배탈이 나는 바람에 최근 2경기 동안 벤치를 지켰으면서도 삼성 이승엽（24）의 표정엔 변화가 없다. 지난해 54홈런을 때려냈을 때도 그랬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 그러나 이승엽의 심장은 언제나 요동친다. 타격컨디션이 나쁘면 밤세워 울분을 삼키고, 홈런을 친 날이면 자신의 타격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타격폼을 재확인한다.
24일 광주 해태전에서 만루홈런을 치기까지 이승엽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미국 전지훈련 동안 새로 익힌 타격폼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밤낮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왔다.
몰아치기 홈런에 능한 이승엽. 막혔던 물꼬가 터진 만큼 이제는 거침없는 홈런퍼레이드가 기대된다.
－시범경기 첫 홈런인데.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보다 좋은 타구를 날리는 데 신경을 썼다. 올시즌 첫 홈런이 만루홈런이어서 더욱 기분좋다. 이런 기분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선수협의 여파가 타격부진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전훈기간 동안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협 사태가 원만하게 처리된 뒤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시범경기는 말그대로 시범경기다. 컨디션 조절에 의미를 두고 있을 뿐이다.
－밀어치기가 좋아졌는데.
▲그동안 백스윙 때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바깥쪽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어제 훈련 때부터 그 부분을 집중 보완했다. 감이 남아있는 것 같다.
－부담감 때문에 지난해보다 홈런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에 대해선.
▲개막까지 열흘 정도 남았다. 남은 기간동안 90％까지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활약을 펼칠 자신이 있다. 올해는 의무감으로 야구를 하겠다. 기대해달라.
[광주＝한준규 기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