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로 본 PC방 괴짜손님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14시 48분
젊은이들의 게임문화 공간으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얻고 있는 PC방이 갖가지 괴짜 손님들로 인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PC방 주인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손님들을 부류별로 살펴보면 우선 `숙박계형' 손님들이 선봉에 나선다.
바로 PC방에 처음 들어올때만 해도 점잖은 손님처럼 보였지만 몇달동안 죽치며 도무지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E PC방의 단골 손님인 이 모씨(여．26)가 대표적인 케이스.
`스타 크래프트'와 `퀴즈 퀴즈' 등 게임과 채팅에 중독된 이씨는 PC방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주문해 먹으면서 무려 2개월동안 장기 체류를 하고 있어 주인인지 손님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잠은 소파나 PC 앞에 있는 간이 침대에서 자는데 게임에 미쳐 잘 씻지도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PC방은 24시간 교대 근무로 영업하기 때문에 시간 당 1000원 정도의 요금만 지불하면 장기체류 손님이라해도 내쫓을 수 없는 형편.
다음은 `야시시'형으로 주로 40대 초-중반 남자들이 많다.
이들은 야심한 시각에 혼자 찾아와 속칭 인터넷 `야 사이트'(음란 사이트)를 탐닉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손님들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 보이는지 손님이 많아지면 조용히 자리를 뜬다.
하루 2∼3명꼴로 나타나는 `파렴치파' 손님들도 있다.
이들은 실컷 게임을 즐긴 뒤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면서 대략 5000원 정도의 PC방 요금을 생략하고 슬쩍 자취를 감춰버린다.
PC방 주인들이 또 한번 질색하는 부류는 `어수선파'로 자리 주변에 담배꽁초나 담배 껍질, 음료수병 등을 버리고 가는 매너 없는 손님들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PC방 `볼트 네트'를 운영하고 있는 하지용씨(32)는 "요즘은 12시간 이상을 PC게임에 몰두하는 `온종일파' 손님들이 무척 많아졌다"며 "이들 중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게임 꿈만 꾸거나 체중감량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황수철 기자 suc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