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뉴밀레니엄 청바지는 어떤 모습?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14시 35분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고 강의하는 배나온 대머리 노교수를 머리에 떠올려보자.
상상만으로 금방 웃음이 터질 테지만 정작 비웃음보단 `멋지다'는 생각이 앞서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저명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68)는 한 에세이에서 자신은 타이트한 청바지를 너무 좋아한다고 밝혔다. 배를 착 들어올려주는 착용감때문이란다. 그러나 정작 이 `청바지예찬론'이 향한 건 청바지가 가진 문화적 코드일 터.
청바지만큼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가진 게 있을까. 19세기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노동자의 `제복'으로 태어난지 150여년째. 태어나선 노동자들의 강인함과 남성적 힘의 상징이었고, 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칸 드림'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1950~1960년대는 `이유없는 반항'과 `히피'들의 시대였다. 제임스 딘과 말론 브란도는 당시의 청년들을 열광시켰고, 늘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청바지가 청년문화, 반문화의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비틀스패션, `댄디즘'도 청바지를 정복하진 못했다. 차라리 낡은 청바지를 입은 80년대의 존 레논이 훨씬 인상적이었다면 모를까. `우드스톡 농장'에 모인 히피들은 `자유'와 `해방', `평화'를 외쳤고 남녀할 것없이 청바지를 착용했다.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는 순간부터 청바지는 유니섹스모드의 선두주자가 됐고,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감각이 덧붙여졌다.
그리고 80-90년대의 `힙합청바지'와 `찢어진 청바지'를 거쳐 2000년대.
뉴밀레니엄의 청바지는 어떤 모습일까. 꽃무늬가 수놓인 청바지？ 3D(입체)청바지？
문화지만 산업이기도 한 패션. 청바지도 마찬가지여서 각 업체마다 `이게 트렌드'라고 내놓고 있지만, 차라리 요설에 가깝다고 할 것. 청바지엔 틀을 거부하는 `자유'와 `젊음'의 정신이 또렷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청바지야 말로 아무렇게나 입어도 좋은 옷이다. 유행을 따르고 싶다면 꽃자수와 반짝이가 달린 청바지도 좋고 찢어진 청바지도 도전해볼 만하다. 골반에 걸치는 풍성한 힙합스타일도 좋고, 몸을 꼭 죄서 강렬한 에로티시즘을 발산하는 스타일도 좋다. 신발을 다 덮어도, 아예 발목이 훤히 드러나도록 접어서 입어도 좋다. 새천년 청바지에 트렌드가 있다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다양함'이기 때문이다.
[이형석 기자 evol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