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한 4번, 현대 윌리엄스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13시 42분
한껏 휘두르고 싶을 법한 장면에서 살짝 갖다 맞혔다. 어떤 타자인지 짐작할 만 하다.
현대 에디 윌리엄스(35)에게는 올시즌 `홈런킹'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목표가 `큰 것 한방'에 있는 타자가 아님을 줄기차게 드러내고 있으니….
그러나 여전히 유니콘스 타선의 4번으로 믿을만한 대형타자. 잔뜩 욕심이 실린 큰 스윙보다는 주자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앞세우는 슬러거다.
시범경기 첫 3경기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게다가 툭하면 삼진아웃이었다.
"국내 투수의 공도 살펴봐야 하고, 심판의 스트라이크존도 가늠해야 했다"고. 날렵한 콧날을 세우며 오만하게 말하는 윌리엄스는 한치도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21일과 22일 마산 두산과의 2경기서 윌리엄스는 각각 2안타(3타수), 3안타(5타수)를 때려냈다. 갑자기 삼진이 싹 사라졌고 뚝딱 뚝딱 쳐내기 시작했다.
22일 7회 1사 만루, 살짝 높은 공에 배트를 툭 갖다 맞히며 타구를 좌중간으로 날렸고 2타점을 올렸다.
힘좋은 타자라면 주자를 꽉 채우고 한번 휘두르고 싶을 상황. 공도 높은듯 했지만 윌리엄스는 평소보다 오히려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윌리엄스가 늘상 되뇌이는 말은 "똑똑하자(get smart)."
마산서 만났을때 두산 우즈는 메이저리그 10시즌 경력의 윌리엄스에게 바깥쪽 공을 쳐내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우즈가 그리는 공의 궤적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윌리엄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볼인데, 치지 말아라."
스마트한 슬러거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