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절실한 해태와 이해관계 맞아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13시 07분
양준혁을 LG로 보낸 해태의 결정은 그동안 "선수팔아 구단을 꾸려간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다분히 의식한 결정이었다.
신생팀 SK와 서울팀 LG가 적극적으로 나선 이번 트레이드에서 SK는 "현금트레이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창단 과정처럼 `배째라'식으로 일관한 태도가 해태에게 얄밉게 비쳤다는 후문이다.
실제 SK는 10억원이 넘는 트레이드머니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로선 구미가 당기는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선동열 이종범 이강철 등 간판스타들을 내다판 전례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샀던 해태로선 현금 트레이드는 더이상 명분이 없었다.
반면 LG는 양준혁의 트레이드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일찌감치 손 혁 카드를 내밀었다. 해태는 에이스 이대진이 선수협 파동에 휘말린데다 부상 여파로 올시즌 중반 이후에나 출전이 가능한 터. 최근 시범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해태의 마운드는 선발투수 자원이 절실히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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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함량미달로 드러난 말레브와 피어슨 등 외국선수 2명을 퇴출하기로 결정한 해태는 용병의 조기 교체를 위해 LG가 `+a'로 제시한 5억원을 최대한 빨리 챙겨야 했다.
특히 LG와의 특수관계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태는 기업 구조적으로 LG그룹의 눈치를 보는 입장으로 지난 95년 선동열의 주니치행도 LG 구본무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었다. 당시 해태는 트레이드머니를 더 챙길 수 있는 요미우리를 염두에 뒀으나 주니치와 친분관계가 있는 구회장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양준혁 트레이드는 선수보강이라는 현실론과 LG그룹과의 특수관계가 맞물린 결과였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