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실속없는 '도시연고제'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01시 20분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주 임시총회는 프로야구 19년 숙원을 풀었다. 도시연고제로의 전환. 도시연고제는 연고지를 도시에 한정시켜 신생팀 창단을 수월케함으로써 리그가 확대되고, 지방자치단체와 구단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수 있게 하는 `요술방망이'.
하지만 환희에 들뜰 것이 아니라 속내를 들여다 보자. 구단들의 프로야구발전 의지가 무색해 진다. 이사회서 거론중인 연고지 보상금 존속과 전면드래프트 반대. 말로는 도시연고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내용없는 형식'이 통할리가 있겠는가.
이사회는 신생팀 SK가 KBO에 내기로 한 가입금 250억원중 현대에 전달할 보상금을 놓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고 있다. 가입금 기준으로 20％냐, 30％냐 등 액수문제가 아니다. 이 보상금 규정을 새로운 팀이 창단될때마다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그래도 `지역연고제때와는 다르다'며 차별화를 주장한다. 즉 도시연고제가 시행돼 제9,10구단이 창단되면서 보상금을 받겠지만 액수가 큰 것도 아니고 이번 SK의 창단때처럼 기존팀들이 `연고지 사수'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 수백억원의 리그 가입금중 20∼30％면 수십억원이다. 어떻게 푼돈인가. 창단 걸림돌로 작용하게 뻔하다.
특히 전면드래프트는 프로야구 발전을 논할때마다 으례히 나오는 얘기지만 구단이기주의에 파묻혀 왔다. `지역스타가 한명도 없으면 팬들이 실망한다'는 논리로 묵살, 신인 1명 우선지명을 계속해 왔다. 팬들은 선수의 `출신'이 아닌 `활약'에 감동 받는다.
허울 뿐인 도시연고제를 관철시키기위해 꼭 19년이 걸렸다. 이제 또 제대로 된 도시연고제를 위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가.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