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호랑이 만나게 해주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4시 32분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한국호랑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본지 11일자에 호랑이전문가 블라디미르 크로글로브씨(러시아 동물보호센터 소장)의 한국 야생 호랑이, 표범 발자국 확인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이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의 홈페이지(www.koreantiger.com)와 본지에 야생 호랑이와 표범에 관한 메일을 띄우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독자들은 호랑이가 생존해있기를 기원한다면서 `우리민족의 기상과 기개의 상징'인 호랑이가 `밀렵의 마수에서 끝까지 살아있기'를 당부했다. 또 몇몇 독자들은 호랑이 생존에 관한 중요한 제보를 하기도 했다. 또 남북한의 호랑이가 만날수 있도록 38선 철책에 동물이동통로를 뚫어줄 것을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 시애틀에 사는 아이디 `jpart68'인 한 교포는 걸프전 촉발직전인 93년쯤 서울발 시애틀행 이코노믹 클래스에서 미8군 소속 지뢰 제거 전문가의 말을 빌어 비무장지대에서 호랑이의 생존을 전했다.
`DMZ POLICE' 모자를 썼던 그 미군은 "설마 지뢰제거가이기도 한 내가 호랑이도 구별 못하겠느냐"면서 "호랑이가 비무장지대 내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앉아있기를 좋아한다. 장난치듯 구조물 위아래를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며 증언.
그런가하면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박길순씨는 "강원도에서는 지금도 호랑이 목격자들이 많고 호랑이 생존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밀렵자나 자연파괴자를 피해 호랑이가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원했다.
또 고재광씨는 "호랑아！！ 지금 한국에선 올무나 덫, 총으로 네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PD나 방송사의 카메라에도 잡히지마"라고 메시지를 남겼으며, 신남승씨는 "한국호랑이를 찾는데 한국 기업은 보지도 않고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후원하다니 부끄럽다"고 했다.
한편 경남대 손성원교수는 "비무장지대에서 호랑이 생존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하루빨리 비무장지대를 조사해야한다"고 말하고 "만약 호랑이가 살아있다면 동물의 이동통로를 뚫어주어 남북한 호랑이가 함께 만나 근친번식을 벗어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입장은 무관심 일색이다. 2월초 환경부장관은 환경부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차원의 호랑이 서식실태 조사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말로만 그치고 있으며, 환경부 한 관계자는 "호랑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 뒤진다는 것은 무모하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임순남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장은 "외국 전문가와 외국기업이 멸종위기의 한국호랑이에 관심을 갖는데, 정부나 한국 기업이 외면한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화순 기자 m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