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2000프로야구] 신인 (4) - 현대 마일영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4시 16분
`이런 투수 못봤을걸?'
그는 직구를 못던진다. 변화구 못던지는 신인투수는 심심찮게 튀어나와도, 글쎄 직구를 못던진다니….
"본인만 직구라고 합니다."(정민태)
"끝이 흔들거리는 `더러운 볼'이죠."(박경완)
"던질때는 분명 직굽니다. 타자들이 칠때는 변화구가 되죠."(김시진 투수코치)
`흔들리는 직구'의 주인공, 현대의 새내기 왼손투수 마일영(19)이다.
"더럽다"는 거친 소리가 쏟아지지만, 사실은 칭찬이다. 홈플레이트위에서 어지럽게 변하는 그의 직구는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강력한 무기다. 어찌 그런 공이 나오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볼을 놓는 순간, 각 손가락에 실리는 힘이 다르거나 살짝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타이밍을 빼앗는 기교파 투수라고만 볼 수도 없다. 시속 140㎞대 초반을 유지하는 직구 스피드는 열아홉 왼손투수로서는 수준급. 체인지업은 그저그렇지만 커브는 자랑할만 하다.
김재박 감독이 꼽는 마일영의 장점은 첫째가 `마인드'다. "야구잘할 머리"란다.
증언을 모아봤다. "야구보는 눈과 마운드에서 머리굴리는 게 또래랑은 달라보입니다."(박경완) "하늘같은 내앞에서 입 못떼는 건 다른 후배들과 똑같죠."(정민태) "천방지축입니다."(김코치)
마일영은 `예'나 `아니오'로 대답하는 법이 없다. 꼭 `기타등등'으로 튄다. 어눌한 말투를 듣고, 마운드위의 번뜩이는 눈매를 보면 왜 감독이 "야구잘할 머리"로 못박는지 알듯하다.
시범경기서 2게임을 던졌다. 1승을 따냈고, 갈수록 씩씩했다.
고참 선발 정명원이 자꾸 불안을 보이며 김감독은 신중하게 `마일영 선발카드'를 떠올리고 있다.
"프로타자들 상대해보니까, 해볼만 하던데요?"
`겁없는 열아홉살'이 기회를 벼른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