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 현대전 6타자 연속K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4시 16분
시속 145㎞를 넘는 왼손투수의 공이 무릎을 스칠듯 스트라이크존에 콱콱 박힌다면…. 좋은 구경 했다 생각하고 그냥 서있다 들어가는게 상책이다.
두산의 고졸 3년차 왼손투수 이혜천(21)이 22일 마산 현대전에 선발 등판해 꼭 그런 공을 던졌다. 98년 프로 입단후 최고의 피칭. 1회초 2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얼떨떨하게 출발, 3번 박재홍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는 정신을 차렸다.
4번 윌리엄스에게 무릎을 겨냥한 강속구를 꽂아 주눅을 들게 한후 포크볼을 떨궈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5번 심재학마저 공 4개로 간단히 돌려세우나 했더니 3회초 선두 9번 김필중까지 6타자 연속 탈삼진.
평소에도 144㎞까지는 던져봤지만 149㎞가 찍힌건 처음이었다. 들쭉날쭉한 컨트롤도 웬일인지 안정돼 있었다. 강속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나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를 마음대로 꽂아 승부구로 삼았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어쩜 연습한 그대로 던지는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공 놓는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라고 누누히 강조한게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할 수만 있다면 공을 1㎜라도 앞쪽에서 놔야 컨트롤도 잡히고 볼끝도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깨우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몸쪽, 바깥쪽 한군데만 정해놓고 하루종일 똑같은 포인트에 던져 컨트롤을 기른게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한번의 호투가 곧바로 목표인 제 5선발 낙점으로 이어지긴 힘들겠지만 김인식 감독은 당분간 6타자 연속 탈삼진을 잊지 못할게 틀림없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