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동, 두산전 3이닝 1안타 쾌투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3시 58분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다들 제가 제대로 던지기를 얼마나 기다리셨다는 얘기예요."
능청스럽기는 현대 임선동(27)만한 선수가 없다. 다른 투수보다 유독 자신이 호투할때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영 미안하다"고 넉살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대개는 그의 재기를 믿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슈퍼루키' `7억팔'의 무거운 이름을 떨쳐내고, 스스로의 의지와 싸우는 땀의 터널을 겪어낸뒤 임선동은 무사히 마운드위의 당당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22일 마산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3이닝 1안타. 10구째 실랑이끝에 홈런을 뽑아낸 심정수의 타석을 빼면 어느 타자에게도 베이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인천 삼성전서의 4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은 또 한번의 만점 피칭이다.
직구 스피드가 빨라졌다. 매경기 최고시속 145∼147㎞를 찍어대고 있어 시즌에 들어가면 140㎞대 후반의 번개투를 기대하게 한다.
변화구 컨트롤과 수싸움에서는 진작부터 `비범'의 단계에 이르렀던 터. 아쉬웠던 빠른볼이 확실하게 받쳐주니 임선동은 과연 무시무시한 투수가 됐다.
"노력은 댓가를 얻는다"며 김시진 투수코치는 담담하다. 지난해 가을 일본전훈때 부터 플로리다 전훈에 이르기까지 김코치는 임선동의 재기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좀 힘들 것이다' 생각하며 심한 훈련량을 줘도 임선동은 묵묵히 해냈다.
잘나가던 시절, 결코 부지런한 투수는 아니었다. `이대로 사그러들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그를 변하게 했고, 2000시즌 막강 유니콘스 선발 마운드의 한축으로 뜨게 했다.
[이승민 기자 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