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구단 반드시 후회하게 될것'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2시 23분
인간 양준혁(30). 이제 그에게 또다른 시련이 시작되고 있다.
"더이상 붙들고 있을 힘이 없다"는 해태 김응용 감독의 포기선언. 1년만에 빨간색 유니폼을 벗고 새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색깔의 유니폼이 그의 손에 쥐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휴전에 들어간 선수협의 `괴수'에게 내려진 괘씸죄.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한 보복 쯤은 벌써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구단의 계산에 밀려 쫓겨나듯 짐을 챙기는 게 싫어 총대를 맸다. 그리고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46일 전쟁. 승부를 가리지 못한 전쟁엔 항상 `마녀사냥'이 있었다. 그는 순순히 화형대에 오를 작정이다.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마당에 아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한동안 구단이 원하는 대로 야구만 잘해주면 되는 일.
선수협을 결성하기 전에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던 어떤 구단은 요즘 안면을 몰수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런 게 바로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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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야구인생 20년. 요즘 잘나가는 이승엽(삼성)에게 자리를 넘겨줬지만 그도 한때는 국내 최고의 슬러거였다. 물론 지난해에도 남부럽잖은 실력을 과시했지만. 지금도 야구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오기도 생긴다. "나를 버린 구단들을 꼭 후회하게 만들겠다". 그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