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방망이 폭발 주가 급등세
기사입력 2000년 03월 22일 14시 22분
"술도 소주로 바꿨어요."
`국민 타자' 이종범(30)의 가슴은 찢어진다. 오전 7시30분 기상, 오후 1시 경기, 훈련 또 훈련.
난생 처음 겪는 2군. 그는 언제부터인가 소주잔을 기울인다. 1군도 아닌데 비싼 술을 마실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속내는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국민의 애환이 어린 소주를 벗하며 일본땅에서 멋지게 재기하겠다는 것.
`천재타자' 이종범의 요즘 일본 생활은 이렇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겠다는 이종범. 하지만 벌써부터 주가는 팀 안팎에서 급등세다.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들이 몸짓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명포수 출신의 노무라 감독이 이끄는 한신 타이거즈의 스카우트 유혹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여기에 정민철, 조성민 `한국 투톱'이 자리잡고 있는 일본 최고의 인기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작년 퍼시픽리그 우승팀 다이에 호크스 등이 침을 삼키고 있다.
2군으로 내려간뒤 5차례의 시범경기 출전, `주니치 폭풍'의 변신이 한경기 한경기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타율 3할3푼3리에 6타점.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 3루수 등 만능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 19일 나고야구장에서 열렸던 요미우리전 뒷 얘기 한가지. 3회 1사 만루서 1군 투수 니시야마의 커브(이종범은 슬라이더라고 했음)를 정확하게 공략, 그랜드슬램 아치를 그린뒤 1루를 돌때 요미우리 코치가 엉덩이를 툭 밀었다. "리상!(이종범에 대한 존칭어) 나이스 배팅!" 작년 중반부터 요미우리가 이종범에게 거액의 배팅을 하려 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와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광주고 1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3루수로 뛴 지난 21일 다이에전에서도 기록원들의 표적은 공수에서 반짝이는 활약을 한 이종범에게 집중됐다.
이종범은 최근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스포츠조선에 공개된 부인 정정민씨의 편지를 한국에서 팩스로 받아본뒤. "시련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대요. 더 멀리 날기 위해 조금만 더 아파하고 조금만 더 참기로해요…."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