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방망이 안죽었어!'
기사입력 2000년 03월 22일 01시 16분
`촌놈'이 열받았다.
외국인 타자와 이승엽 등 신세대들의 득세로 최근 몇년 동안 홈런왕 후보에서도 밀려났던 한화 장종훈(32).
그러나 올시즌 공격 전부분에 걸쳐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울 `움직이는 기록제조기'는 건재했다. 폭풍같은 홈런포로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던 지난 80년대말과 90년대 초반의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대포가 21일 대구구장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1회초 우전안타로 방망이를 조율한 뒤 5회 좌월 3점홈런에 이어 7회 중월 1점홈런을 쏘아올려 올 시범경기 두번째 연타석 홈런. 올시즌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는 타격쇼였다.
장종훈은 외국인 타자들을 볼 때마다 무척 괴로웠다. 아직까지 힘이 남아도는데도 주위에선 외국인 타자들과의 경쟁이 힘들지 않느냐는 `섭섭한 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탓이지요. 실력으로 보여주는 길 밖에 없겠지요."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올 때만해도 불안했었다. 오른쪽 옆구리 통증이 가시지 않아 한차례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고, 시범경기도 지난주부터 출전했다. 하지만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이 보약이었다.
몸무게가 82㎏에서 89∼90㎏으로 늘어 체력부담이 적어졌고, 타격폼을 바꾼 덕에 받침대 역할에 그쳤던 왼팔에 힘이 붙었다. 허리가 빠져 타이밍이 안맞은 상태에서 터진 5회 홈런도 따지고 보면 늘어난 체중과 힘이 붙은 왼팔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타격감각이 좋은데.
▲느낌이 좋다. 훈련도 많이 했고, 꾸준히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홈런왕은 힘들다는 평가가 많은데.
▲최근 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충분히 해낼 자신은 있다. 예전의 모습을 꼭 되찾겠다.
[대구＝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