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해태투수들 흔들리자 공격력도 시들
기사입력 2000년 03월 22일 01시 16분
21일 광주 해태－LG전 클리닝타임 해태 덕아웃 뒤쪽 복도. 해태 코치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LG가 홈런 두방을 포함, 9점을 뽑은 반면 해태는 LG 해리거의 구위에 밀렸는지 극심한 빈타를 보였다. 5회말이 돼서야 말레브가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간신히 스코어보드에 `1'을 새겨넣었을 정도.
클리닝타임의 화제는 역시 해태의 물방망이. 공격을 책임지는 김성한 타격코치 왈. "투수들이 죽을 쑤는 바람에 선수들이 수비를 하다 지쳐분당께."
이날 해태 선발 소소경은 7개의 4사구를 남발했는데 3회엔 3번 안상준부터 내리 3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박진철도 마찬가지.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다 4개의 4사구를 내줬고 와일드피치까지 범했다.
당연히 수비시간이 길어질 밖에. 야수들이 구름까지 잔뜩 낀 쌀쌀한 날씨에 떨다가 타석에 나서니 제대로 볼이 맞겠느냐는 게 김코치의 분석.
그순간 우연찮게 이상윤 투수코치가 곁을 지나쳤다. 이코치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고 김코치의 얘기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지 줄담배를 피워물었다.
때마침 등장한 희생양은 오봉옥. 이날 등판이 잡혀있지 않던 오봉옥은 사복차림으로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중이었다. 이상윤 코치 가라사대. "봉옥아, 니들이 시원찮은께 타자들이 못친단다. 잘 해라이."
졸지에 핀잔을 들은 오봉옥은 엉겹결에 "네"하고 대답했지만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광주＝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