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선생에 맞선 태권도맨 철학도의 주장
기사입력 2000년 03월 21일 15시 32분
서울대 철학과 박사과정 이창후씨(31). 논리학 전공 3학기째인 `예비박
사'다.
이렇게 소개하면 너무 평범하다. 심심하다. 양념을 좀 치자. 우선 별명.
파란도깨비란 뜻의 `파깨비' 혹은 `블루맨'이다. 실제로 그는 가방부터 상
하의, 신발, 양말까지 온통 파란색만 입고 다닌다. (고등학교 때는 흰옷만
입고 다녔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대학가 명물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는 또 `태권도맨'이다. 공인 4단. 도장을 열어 `사범'이 될 수 있는 자
격이다. 요즘도 하루 2∼3시간씩 운동한다.
철학도와 어울리지 않게(?), 그는 공수부대 장교 출신이다. 그것도 자원해
서 갔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군생활 중엔 태권도 교관을 했다.
철학도와 태권도와 공수부대. 좀 생소한 조합이지만, 그는 이를 멋지게 소
화해 낸다. 몇년 전엔 필화사건에 휘말린 지도교수의 `보디가드'로 활약,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태권도맨 철학도' 이씨가 최근 철학자 김용옥씨를 매섭게 비판하고 나섰
다. 국내 최초의 태권도 철학서 `태권도의 철학적 원리'(지성사)란 책에서
다.
이 책에서 이씨는 `태권도는 가라테의 아류'란 김씨의 주장을 강도높게 반
박한다.
그는 "태권도는 `한국의 무예전통'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삼국시대 화
랑도와 잇닿아 있다. "일제 시대 정치적 강압 때문에 잠시 가라테의 옷을
빌려입었을 뿐인데, 이를 두고 `태권도는 메이드 인 재팬' 운운하는 것은
비뚤어진 역사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태권도 2단이라는 김씨는 단지 가라테 2단일 뿐"이다.
이씨는 또 "김씨처럼 태권도란 말이 없었다고 해서 태권도의 역사를 부정
한다면, 대한민국이란 말이 없었다고 우리 역사가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는
다. 그러면서 "만일 김씨가 나의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논쟁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김씨 비판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권도의 원리와 철학, 기예와 품새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전세계 5000만 명이나 되는 동호인들에게 태권
도의 이론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편 이씨는 이 책을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반응도 좋아,
곧 프랑스어로 번역할 예정이다.
"태권도는 이제 올림픽 정식종목입니다. 위상도 높아졌고, 한국문화를 세
계에 전파하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우리 자신부터 태권도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임정식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