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뱀목도리' 해보실래요
기사입력 2000년 03월 21일 15시 31분
`길이 7m, 몸무게 13㎏의 뱀을 목에 감고 멋진 포즈를 취해보세요.'
63빌딩 파충류관의 알비노 버마 비단뱀이 관람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고객
속으로' 체험행사에 나선다.
사람들이 마음대로 주물러도 되고 목에 칭칭 감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
록 모델로 데뷔하는 것. 비단뱀은 요즘 사람과 한몸이 되기위한 막바지 적
응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후 4시 63빌딩 수족관. 황금빛의 거대한 비단뱀이 답답한 유리 우리에
서 나와 손님맞이 실습에 나섰다.
그러나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멀리서 쳐다보기
만 할뿐 다가서는 사람이 없다.
조련사가 뱀을 들어올려 만져보라고 권하자 50대의 중년남자가 꼬리부분
을 살짝 만져본다. "따뜻하네!"라고 신기해하자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도 안
심한듯 서로 만지기 시작했다.
버마 뱀은 뛰어난 변온동물로 실내 온도에 적응하기 때문에 사람 피부처
럼 따뜻하다.
"자, 목에 둘러보실분 없으세요?"
한 할머니가 용기있게 나서 뱀을 목에 칭칭 두른뒤 "촉감이 좋네"라며 활
짝 웃었다.
이날 비단뱀의 현장 체험학습 시간엔 어른 3명, 외국인 어린이 1명이 뱀
을 목에 두르는데 성공했다.
작년 연말 우리나라에 온 이 뱀은 지난 설날 연휴동안 1차 `고객속으
로'를 시도했지만 뱀과 사람이 서로 무서워해 실패로 끝났다.
독이 없고 물지도 않는 `순둥이 뱀'이지만 사람들은 몸길이 7m의 겉모습
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만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63빌딩측은 뱀이 인간에 대한 적응이 안된탓에 심하게 움직이게돼 사람들
이 겁을 먹었다고 판단, 한달전부터 `인간 촉감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훈련방법은 마사지. 조련사 정태영씨(31)가 매일 아침마다 뱀의 머리부터
꼬리부분까지 구석구석 손으로 문질러 주며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다양한 손맛을 보여주기위해 남녀 동료들까지 `마사지'에 동원하
고 있다.
정씨는 "하루 대부분을 잠만자던 뱀이 강훈련을 받은뒤부터 2주일에 두마
리의 토끼를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80∼90%의 적
응력을 보여 다음달 안으로 훌륭한 뱀목도리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3빌딩측은 다음달 실시될 `뱀 목도리 촬영하기' 행사때 뱀을 목에
두르고 기념촬영에 성공하는 관람객에게는 푸짐한 선물도 줄 계획이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