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맥 총각이 사랑에 빠질때… 영화 '언더 더 선'
기사입력 2000년 03월 21일 15시 27분
`언더 더 선'은 각박한 요즘 세상에 만나기 힘든 `착한' 영화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등장인물은 더 단순하다. 엑스트라 몇명을 빼놓고는 등
장인물은 단 세명이다. 여자와 손한번 잡아보지 못한 노총각 올로프, 그가
낸 가정부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엘렌, 올로프의 친구 에릭이 전부다. 엄청난 음모와 반전은 없다. 복잡한 계산도 필요하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
을 배경으로 노총각 올로프의 사랑 이야기가 느리게 펼쳐진다.
`언더 더 선'의 진짜 주인공은 이 아름다운 풍광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
늘은 울로프의 마음을 표현해주고, 엘렌의 빨간 손톱을 연상시키는 딸기는
엘렌을 향한 올로프의 욕망이다. 엘렌이 처음 찾아온 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올로프의 마음을 대변하듯 소낙비가 내린다. 엘렌과 올로프가 처음
관계를 맺는 날, 카메라는 그 빗방울 하나 하나를 잡아내 격렬한 사랑의 느
낌을 배가시킨다.
93년 `더 라스트 댄스'와 94년 `하우스 오브 엔젤'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
국어 영화상에 두번씩이나 노미네이트된 콜린 너틀리 감독은 "`언더 더
선'은 자연을 닮은 남자가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연
출 의도를 설명했다.
`아름다운 청춘'의 요한 비더버그, 스웨덴의 국민배우 롤프 라스가르드,
헬레나 베르스트롬이 열연을 했다. 요한 비더버그는 아름다운 소년의 이미
지를 벗고 악마적인 캐릭터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99년 유럽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스웨덴에서만 100만명이 이 영
화를 관람했다. 2000년 제72회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 부문에도 노
미네이트되었다. (25일, 피카디리,키네마)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