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녹은 산허리엔 산수유꽃 만발 '지리산'
기사입력 2000년 03월 21일 14시 34분
지리산은 아직 겨울이다.
살을 에는 찬바람 속 해발 1500고지. 능선에는 눈이 쌓여있고 응달엔 얼음
이 고집스럽게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고도를 낮춰 산 허리 아래로 내려서는 순간, 칙칙한 갈색이던 화면
은 노란색 스프레이를 뿌려놓은 듯 밝아진다. 그리고 어느새 천지는 봄기운
으로 가득하다.
남도지방 산군의 터줏대감격인 지리산에 봄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노
란 산수유꽃.
산수유나무는 그다지 볼 품 없다. 껍질이 거친데다 나뭇가지의 뻗침도 기
운차지 못하다.
꽃도 한송이만 놓고 가만히 뜯어보면 썩 볼만한 것이 못된다. 좀 큰 안개
꽃, 혹은 토끼풀꽃처럼 가늘고 뾰족한 꽃잎이 복잡하게 뭉쳐있을 뿐이다.
하지만 산수유가 일시에 꽃을 피운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사뭇 감
동적이다.
전국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를 가진 구례군 산동면 만복대 아랫동네 상위마
을. 지리산 성삼재에서 서쪽 아래로 펼쳐져있는 이 골짜기 마을은 온통 노
란색이다. 지난 17일 봉오리를 틔운 산수유가 개울가, 돌담 틈을 가리지 않
고 지천으로 피어있다.
특히 제멋대로 자리잡은 자연석이 멋진 묘봉골 주변은 그 자체가 한폭의
동양화다.
지리산 온천랜드 북쪽 1㎞지점부터 시작되는 계곡 주변 대평리나 위안리
도 밀도면에서 상위마을에 필적할만하다. 좀 옅은 노란색 수채물감을 쏟아
부은 것 같은 풍광.
지금 피어있는 것은 추석 무렵에 열매가 익는 `올산수유'. 늦서리가 내릴
때 붉게 익는 `늦산수유'는 4월 초순에야 필 것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에
상이다.
구례군 주최 산수유축제가 19일 막을 내렸지만 한적하게 꽃을 감상하려면
이번 주말이 가장 좋을 듯.
[송철웅 기자 simba＠]
▲산수유 상식
층층나무과의 교목. 키가 7@쯤 자라며, 당초 중국이 원산지인 것으로 얼려
졌으나 70년대 초 경기도에서 자생지가 발견된 바 있다. 지리산 지역에는
수령 500년의 고목도 있다. (올산수유의 경우)3월 중순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8월쯤 붉고 기름한 열매를 맺는데 열매는 차(茶)나 한약재로 쓰인다.
특히 기를 보충해줘 오줌싸개 어린아이에게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
다.
▲상위마을 가는 길
남원에서 지리산 온천장까지 버스로 가서 택시를 이용한다. 남원 공용 버
스터미널에서 하루 7회운행. 30분소요. 대평리까지는 1km쯤 되는 거리여서
걷는 게 산수유를 즐기기에 오히려 좋다.
구례 읍내에서 온천장 경유, 상위마을행 버스 하루 4회 운행 (08:40,
09:40, 13:10, 18:10 출발)